어느 도시든지 뒷골목에 새벽 일찍 가보라 ! 그 도시의 진면목 한 둘은 건질 수 있다. 북경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북경의 胡同 (뒷 골목길)에는 볼 것이 많다.
필자가 10여 년 전 중국 사업을 처음 시작 할 때 사무실을 호동 내에 있는 소학교 1층을 빌려 3년 동안 사용하였다. 임차료도 저렴하고 10여대의 차량도 학교 운동장에 주차 할 수 있어 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토종 북경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으며, 그들의 생활을 비교적 소상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소학교의 예쁜 여선생님으로부터 중국어를 배울 수 있어 새벽 출근길이 즐거웠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성실하고 다정한 輔導 선생님 덕분에 HSK에서 고득점 할 수 있었다.

북경에서 호동이 비교적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는 지역은 2環 이내의 東城區와 西城區의 北海公園을 둘러싸고 있는 일대이다. 지금은 平安大道가 동서를 가로질러 아름답던 호동 문화를 김 빠지게 하였으나 몇 년 전만 하여도 고스란히 호동의 인정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아침이면 골목 어귀마다 油餠 ( 油條 )이 익어 가는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동네 화장실 부근에는 화장지를 든 중늙은이를 만나거나, 공원에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鳥籠속의 새에게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하고 운동을 시키는 곳도 이곳이다. 지난밤에 일어난 이웃 젊은 부부의 부부 싸움도 이곳에서 잘 잘못이 가려지기도 하는 골목 문화의 중심지이다.

비록 골목어귀의 작은 쪽 방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의 수도 시민이라는 자부심은 대단해서 혹시라도 외지인이 지나가다가 조금만 잘못해도 세워 놓고 훈계하는 자존심 높은 그들이다. 만약 외지인이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달려들어 두들겨 준다. 호동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關係를 찾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여름철 더위가 심해지면 남정네들은 웃통을 홀랑 벗고 간간이 불어오는 실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 감촉을 즐기기도 한다. 변방 출신의 회족들은 胡同 모퉁이에서 양고기 꼬치에 고춧가루와 즈란을 뿌려 대며 양고기를 굽는다. 맥주 한 병을 들고 양고기 한 점을 덥석 물면 안주로 이만큼 좋은 것은 없다.

또한 호동은 자전거 길이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 가면 천안문 광장에도 닿을 수 있고, 고궁, 북해 공원, 공자묘, 청년호 공원, 后海 등에도 쉽게 닿을 수 있는 서민들의 사통팔달 交通路 이다.

북경 사람으로써 호동을 잘 모르면 북경 사람으로 대접을 못 받는다. 몇 마디의 북경 사투리와 er 발음을 심하게 내지 못해도 북경 순종으로 대접 받는데 지장이 있다. 특히 er 발음이 심한 토종 노인의 발음은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胡同은 현대화의 바람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 북경인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호동 문화의 상실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이런 서민들의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계승하는데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 북경을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흔들리는 자전거 뒤에 앉아서 즐기는 호동 유람 투어를 한번쯤 해 볼 일이다.

조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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