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호 한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2000년 초에 방문했던 덴마크 남부의 인구 7천명 정도가 거주하는 에어로(Ærø)섬 마스탈 지역은 3군데의 태양열 지역난방 시설과 8개의 풍력발전기 및 바이오 매스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증설해 현재 연간 2만 8천㎿H의 열을 생산하는, 총 태양열 집열 면적 2만 8천600㎡의 세계 최대 태양열 에너지 생산단지이다. 생산된 태양 에너지는 32km에 이르는 배관망을 통해 지역 전체로 전달되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50%를 감당하고 있다.



이 곳 태양열 지역난방시스템은 모두 화석연료를 보조열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밀집으로 만든 작고 동그란 모양의 칩을 연료로 하는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시설이 정부의 시범 사업이 아니고, 주민 자치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는 점. 1천400여명의 지역 조합원이 출자하여 열 공급 집단에너지 공급시설을 만들고, 잉여열은 판매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00년대 말까지는 에너지 자급도를 거의 완전자립화 수준까지 높일 목적으로 계속 사업을 확충하고 있다.



마스탈은 지역 커뮤니티 규모에서 순전히 주민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에너지자립형 도시의 가장 모범적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놀랍게도 위의 사례와 같이 500㎡이상의 대규모 태양열 집단공급 시스템을 통해 커뮤니티 규모로 열공급을 하고 있는 도시는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의 지역만도 이미 50여개 이상이 실제 운영 중에 있다.





아파트·마을 단위로 태양열 공급… 냉난방 끊김 없어


독일 뮌헨 올림픽공원 옆의 아커만보겐(Ackermannbogen) 지역 주거단지는 최근 완공된 신축 저층 주거단지로 320세대 13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파트 건물의 지붕 전체를 태양열집열기로 일체화 시공하여 단지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열 공급의 50%를 태양열로 충당하는 곳이다.



단지 옆 공원에는 커다란 둔턱이 있는데 이곳에는 6천㎥의 대형 축열조가 매립돼, 각 동으로부터 생산된 태양열 온수를 저장하고 다시 열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파트 단지규모로 신재생에너지를 중앙 공급하는 사례는 함부르크(Hamburg),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 네카울름(Necharsulm), 스타인푸르트(Steinfurt), 로슈토크(Rostock), 하노어(Hannover), 헴니츠(Chemnitz),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아우구스브루크(Augsburg) 등 독일 내 많은 도시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단지는 모두 30~50%의 단지내 열 부하를 이미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사실 이들 사례는 독일 정부에서 1993년부터 ‘솔라테미르(Solarthermie) 2000’이라는 지역난방 시범보급 프로젝트를 통해 확산한 것이다. 신규로 조성되는 단지 규모의 마을을 설계 단계부터 태양열 시스템으로 계획하고 건물이 들어서는 대로 추가로 태양열시스템을 계속 증설하고 있다. 당초 10년 계획으로 수행되었으나, 그 효과와 반응이 매우 좋아 ‘솔라테미르 2000 Plus’로 2012년까지 연장하여 수행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세계의 많은 도시는 커뮤니티 규모의 에너지 절감 또는 더 나아가 에너지자립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효율 기술을 뛰어넘어 태양열·태양광·지열·풍력·바이오·연료전지 등 각종 신재생에너지를 도시 전체 규모로 적용하기 위한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 속속 동참


그러면 일정 규모의 커뮤니티 단지나 도시 규모로 신재생에너지를 집단 공급하는 방식은 단독주택 또는 개별건물에 적용하는 것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우선 신재생에너지원의 불규칙한 공급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며칠간 눈이나 비가 오거나 일사조건이 좋지 않을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풍력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시스템의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단일 세대에 공급되는 태양열 시스템은 필요가 발생하지 않으면 버려야 하지만, 여러 세대를 대상으로 하나의 공급시스템이 대처할 경우에는 이곳저곳에서 수요가 발생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남김없이 에너지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설치면적의 증대, 유지관리의 용이성, 경제성 향상, 집약적 보급효과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규모의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자립형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도시 커뮤니티 규모의 대표적 보급사업으로는 유럽연합(EU)의 콘체르토(CONCERTO)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위원회(EC) 주관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2010년까지 대체에너지 분담률 목표인 15~25%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46개 커뮤니티의 18개 프로젝트를 지원 중에 있다.



예를 들어 액트2(Act2) 하노버·낭트 프로젝트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액 1410만 유로(EC지원금, 570만유로)를 투입해 18만㎡의 도시 내 신축 및 리모델링을 수행 중에 있다. 하노버의 경우 태양광은 수영장에 85kW, 900세대의 태양광주택, 1900㎡ 태양열집열기를 적용하고 있으며, 바이오 열병합연료 650kW를 설치했다. 낭트의 경우 신축 주거건물에 태양열 시스템을 통합시키고 폐기물 소각열을 지역난방과 연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제로 에너지화 또는 탄소배출 제로화까지 목표로 하는 미래지향적 도시까지 출현하고 있다. 올해초 6k㎡ 면적에 5만명 인구, 1000여개 기업으로 구성되는 철저한 계획도시인 최초의 탄소제로도시 UAE의 마스다르(Masdar)와 중국 충밍성의 동탄 프로젝트들은 이미 이 분야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국내형 탄소제로시티 탄생 기대


이처럼 현재 세계의 수많은 커뮤니티 규모의 단지 및 마을, 중소 규모의 도시 등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도시로서의 여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에너지, 폐기물, 자원, 교통, 재료, 수자원, 음식, 자연환경 등 매우 다양한 요소에 대해 배려가 있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지구 화석자원의 유한성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탄소경제로의 전환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 요소이기 때문에 최우선 배려요소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발표와 함께 ‘그린빌리지’ 사업 등을 통해 제로에너지시티 또는 탄소제로시티의 착공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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