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 (10)

희망의 푸른 물결 (10)
국민중심당은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서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제 3의 정치세력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이를 결정할 지방선거가 이제 50 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국민중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정체상태이다. 특히 가장 기대가 큰 충청지역에서도 당에 대한 지지는 3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당의 지도부는 부정하고 싶겠지만, 국민중심당이 어떤 성격의 당인지, 즉 당의 정체성에 대하여 국민들, 특히 충청지역 주민들의 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는 우리 당이 노선(路線)상으로는 열린우리당의 급진좌파노선을 반대하고, 나아가 한나라당의 낡고 병든 수구우파노선을 배척하는 선상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실용노선을 추구한다고 믿는다. 동시에 국민을 분열시켜 온 망국적인 영,호남 지역패권을 반대하고 정책으로 국민에 봉사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을 포용하는 정당이라고 믿는다.

나는 우리 당의 지도부가 당의 정체성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연 그런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한다. 우리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치열한 투쟁 없이 한 두 마디의 말로 국민 대중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국민 대중들은 우리 당의 장래를 꿰뚫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승리의 길에 왕도(王道)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국민 대중들에게 우리 당이 어떤 당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승리의 지름길이다.

무슨 수로 보여줄 것인가. 이제 와서 지도부가 큰 소리를 쳐도 별 무소용일 것이다. 바로 일선에서 당의 깃발을 들고 뛸 후보자들, 그들을 지지하는 당원들 그리고 일반 지지자들의 함성이 뒤엉킬 때, 대중들의 당에 대한 믿음이 살아나게 된다.

바로 경선(競選)이다.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경선만이 우리 당을 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경선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예외 없이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당 안의 분위기는 경선을 배척하고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흐름이 지배적이다. 이것이 바로 또 다른 당 위기의 정체(正體)이다. 당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물거품으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충남도지사, 대전시장, 대전의 각 구청장 후보는 모두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경선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의 핵심지도부는 경선을 회피하고 전략공천의 미명 하에 그들 의중(意中)대로 후보를 결정하려 한다.

이렇게 결정된 후보가 경쟁력이 없어 패배하면, 그 후보도, 당도, 그 핵심지도부도 정치적 사망을 면할 수 없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여기저기서 대규모 경선을 실시한다. 열린우리당도 대전시장후보 경선을 회피하다 탈당사태를 맞고 가능한 지역에서 경선을 실시한다. 그런데 분권과 풀뿌리민주정당을 자임(自任)하고 나선 신생정당인 우리 당이 경선을 회피하려 하다니 천하(天下)가 웃을 일이다.

이제 경선으로 나아가자. 경선을 통해 국민 대중들에게 우리 당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후보가 되려는 그 누구도 이 제련(製鍊)과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가 되었을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경선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경선은 판을 벌이면 돌아가게 되어 있다. 뒤늦게 후보가 확정되면 언제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그것도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경선과정이야말로 언론의 조명(照明)을 받고 대중들의 관심을 증폭시켜 가장 효율적인 본선(本選) 선거운동이 될 것이다. 경선을 치르면 상처가 크게 남는다고? 어림없는 소리이다. 대중은 격렬하고 상처가 큰 경선일수록 거기에 더 박수를 보내는 법이다.

나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권선택 의원의 입당과 그의 대전시장후보 지망을 환영한다. 그러나 경선을 희망하는 다른 후보가 있다면 당연히 경선을 거쳐야 한다. 그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격렬한 투쟁을 거쳐 탈당했기 때문에 우리 당 후보가 되더라도 당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민주적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다면, 얼마나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인가.

충남지사 후보로서 나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명수 후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왜 그 당을 탈당했는지 대중들은 알지 못한다. 그가 아무 과정 없이 그냥 우리 당의 후보가 된다면 주민들이 그가 어느 당의 후보인지 혼란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상대방의 공격도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 이신범 전 의원이 경선에 나섰다.

나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TV토론과 합동연설 그리고 여론조사와 대규모 대의원 투표를 통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 이것은 당헌과 당규가 명령하는 것이며, 창당정신 바로 그 자체이다.

예외나 편법은 용인될 수 없다. 두 후보가 여러 가지 대비되는 경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전략공천의 이름으로 한 사람을 쉽게 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이러한 대중적 경선을 통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그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누가 왜 회피하려 하는가.

나는 분명하게 말한다. 이 당은 공당(公黨)이다. 이는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 경선을 회피하고 핵심지도부의 의중을 따라 편법으로 후보를 정한다면 이는 우리 당이 사당(私黨)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송석찬 전 의원이 우리 당에 입당하고 대전시장후보 경선에 나서려다 대전시당으로부터 거절된 사건이 있었다.

민감한 시기라 즉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처사이다. 민주주의란 곧 기회의 평등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태를 보며 당의 사유화(私有化)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사당화(私黨化)의 우려 때문에 일찍이 창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지난 해 11. 4, 나는 7인의 합동선언에서 이 당을 공론에 따라 공당으로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합류한 사람이다. 이 중대한 시점에서 경선의 원칙을 훼손하고 당을 사유화하려는 어떠한 기도(企圖)도 나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국민중심당이 생명을 얻을 것인가. 노 정권의 폭정으로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낡은 지역패권정치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우리 당에 찾아 온 이 위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누구도 사당화의 유혹을 뿌리치면 된다. 대중들의 공론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경선이 바로 그 대중들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사당화는 곧 죽음이다. 3김(金)과 함께 사당의 시대는 사라졌다. 어느 누가 감히 당을 사유화할 수 있겠는가. 충청인들이 왜 자민련을 버렸는지 되새겨 보면 사당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용기 있게 나아가자. 창당정신 그대로, 당의 원칙 그대로, 대규모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고 전선(戰線)으로 나아가면 된다. 한 사람의 주관이나, 당의 이런저런 사정(事情)에 대중은 아무 관심이 없다. 대중은 오직 후보를 통해 희망을 찾을 뿐이다.

원균은 졌고, 이순신은 이겼다. 대중적 경선을 통해 대중의 여망(輿望)을 받는 후보만이 우리 당에 승리를 안겨주고 당을 살리게 될 것이다. 이 위기를 곧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2006. 4. 10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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