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NDSL】그리스로마 신화에 의하면 태양신 아폴로는 매일 태양 마차를 몰고 다닌다. 이 마차를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제우스조차도 끄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태양의 마차가 너무 높게 날면 대지가 얼어붙고, 너무 낮게 날면 대지가 불바다가 되기 때문이다. 아폴론을 태운 말들은 궤도를 따라 얌전하게 돌지만, 다른 사람이 마차를 타게 되면 궤도를 벗어나 제멋대로 달린다. 실제로 파에톤이 아폴론 대신 태양 마차를 끌다가 세상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제우스에게 죽음이라는 벌을 받는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면서 찾기 시작한 것도 이런 ‘안전한 길’이었다. 그 결과 지구와 탐험하려고 하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하는 길 즉 호만 궤도라는 ‘우주고속도로’를 찾아냈다. 탐사선이 이 길로 움직이면 행성의 공전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면서, 탐사선을 띄울 수가 있다. 실제로 보이저나 파이오니아 등이 목성이나 명왕성을 탐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우주고속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우주고속도로는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던진 공이 정지한 상태에서 던진 공보다 더 빨리 날아가는 원리다. 즉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초속 32.73km/s의 속도가 필요한데, 이때 29.78km/s는 지구 공전속도에서 얻을 수 있다. 우주선에 지구의 공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초속 2.95km의 속도만 주면 초속 32.73km의 속도로 화성으로 갈 수 있는 셈이다.



 


태양에너지가 지구로 오는 데도 이런 길이 있다. 태양의 흑점이 이동하거나 서로 충돌하여 발생하는 플레어(태양의 표면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현상)는 열과 전자, 양성자 등 무수한 고에너지 입자들을 쏟아낸다. 이것은 통신위성이나 우주정거장 등에 혼란을 일으키고, 지구 상의 생물들을 다량의 방사능에 노출되도록 하는 입자다. 이 고에너지들이 지구로 이동하는 통로가 바로 자력선(Earth’s bar magnet influence)이다.



 


자력선은 쉽게 말해 자기력이 작용하는 선의 흐름이다. 이러한 자력선은 입자들이 지구를 둘러싼 자기거품, 즉 자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길의 역할을 한다. 우주에는 지구뿐만 아니라 화성, 목성, 토성 등 대부분의 태양계 행성에서 자력선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태양풍이 지나가는 곳에 자력선이 있으면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가 자력선에 끌려오는 것이다.



 


자력선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막대자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의 핵은 금속성 액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금속이 자성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 주위에는 자기장이 형성된다. 지구 하나만 놓고 보면 원형의 자기장을 형성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 지구자기장은 태양을 향한 쪽의 부분은 압축되고, 그와 반대되는 쪽에서는 꼬리를 늘어뜨린 모양이다. 태양으로부터는 항상 전도성이 강한 플라스마의 흐름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지구 자기장은 그 안에 갇혀 있다. 지구입장에서 보면 전리층 바깥 외기권에는 지구 반지름의 10~15배 높이까지 자력선이 형성되어 있는 형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입자들이 태양풍을 통해, 때로는 태양 대기권과 지구표면을 연결하는 자력선을 따라 바깥쪽으로 방출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아무 때나 태양입자가 들어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거대한 길목과 같은 자기(磁氣) 문이 있어 8분마다 열린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태양을 향한 지구 표면에서 지구의 자장이 태양의 자장을 압박하여 8분 간격으로 두 개의 자장이 재연결되고 입자가 흐를 수 있는 통로를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11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과학자들은 이 문이 열릴 때 고에너지 입자가 태양과 지구를 연결하는 1억 5천만㎞의 길목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것이 FTE(Flux Transfer Event, 빛다발 이동) 현상이다. 태양의 고에너지가 이동하는 ‘우주고속도로’가 생기는 셈이다. FTE의 길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은 지구 지름의 최고 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FTE 현상은 동시에 한 개 이상 생길 수도 있고, 한번 열리면 최대 15~20분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데이비드 사이벡 박사에 따르면 FTE들은 반죽 밀대처럼 보이며 이들은 태양을 마주 보는 자기권 끝에서 작은 밀대 모양으로 형성되지만 점점 커지다가 붕 떠서 마치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것처럼 소용돌이 모양으로 지구의 자기권을 따라 돌게 된다고 한다. 또한 그는 FTE 현상에는 능동, 수동형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말했다. 원통형의 통로가 능동적인 경우 입자들을 쉽사리 통과시켜 지구 자기장에 에너지 통로를 형성시키지만, 수동적인 경우 원통형 통로가 지나가는 입자들의 통과를 저지시킨다고 덧붙였다.



 


아직 풀리지 않은 점도 많다. 연결로가 왜 8분마다 형성되는지, 원통 구조 안의 자기장이 어떻게 뒤틀리고 회전하는지에 대해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은 아직 이르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은 4개의 고공위성으로 구성된 클러스터 선단을, NASA는 5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테미스 선단을 이런 원통 구조 둘레로 띄워 크기와 입자 성분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여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 비밀 문은 언젠가는 인류에게 열리기 마련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