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에 대한 승복과 예우없는 배려와 양보만 요구하는 퇴행적 정치중단해야


【뉴스캔】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새 내각을 발표하자 우리 정가에서는 ´오바마 따라하기-포용내각 구성´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 당시 막말을 삼가지 않았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도 경선당시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총리 또는 요직에 입각시키거나 대북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바마가 힐러리 경선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을 내각에 중용하고 공화당 출신 의원이나 부시행정부에서 일했던 내각인사들을 중용하거나 유임시킨 것을 두고 ‘포용인사’ ´거국내각´ ´초당내각´ 구성을 주장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매우 합리적이고 거국적인, 포용과 화합이 넘쳐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박 전 대표만 입각시키면 한나라당이 화합하고 단합해서 현 정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에게 장관을 추천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에서 핵심으로 일했던 인사들을 기용하면 꺼져버릴 것 같은 한국경제가 불꽃같이 되살아나고 전국이 단합된 힘으로 현 위기를 극복할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여기에 미국의 정치구조나 문화가 우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하는 함정이 있다.


 


포용개각, 초당내각, 거국내각 등 어떤 이름을 붙이던 새로운 내각 구성이나 인사개편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 및 21세기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 틀림없다. 


 


 섣부르지만 그 성공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이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안된다.


 


이같은 주장을 친미사대주의나 열등감에 따른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번 오바마가 국무장관으로 선택한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심지어 사실상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후보를 최종 지명하는 전당대회에서 후보 경선자 명단에 올려줄 것을 끝까지 요구했다.


 


보통 주별 경선에서 패배가 확인될 경우 당의 단합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것이 관례였다. 오마바측 역시 이같은 요구를 계속했으나 힐러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힐러리는 전당대회에서 후보자 투표를 마치고 주별 호명을 하는 가운데 중단을 요구하고  "오바마는 나의 후보이며 우리들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라며  "나는 자랑스러운 어머니, 자랑스러운 민주당원,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며 동시에 자랑스러운 오바마 지지자입니다"라고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힐러리는 이어 "여러분들이 나에게 투표했든, 아니면 오바마에게 투표했든 지금은 우리가 하나의 목적을 가진 하나의 당으로 뭉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으며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바마를 ´준비된 후보´라며 적극 지원하는 연설을 했다.


 


그리고 대선기간 내내 클린턴 부부는 ´민주당원´으로서 오바마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지유세를 벌였으며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해주었다.


 


오바마의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국무장관 제안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다가 결국 오바마와 바로 만날 수 있는 권한(direct access)과 국무부 내 인사권의 보장을 받고 수락했다.


 


여기서 힐러리가 왜 국무장관을 수용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정한 포용과 화합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오바마가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을 박 전 대표나 그 측근들을 포용하고 입각시켜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솔직한 패배인정과 승자에 대한 지지´라는 미국 정치문화다.


 


미국 대통령은 큰 실수가 없으면 대체로 재선까지는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바마 역시 재선을 욕심내지 않을 리 없다. 그래서 첫 4년간 재선을 위한 국민지지도 올리기에 정성을 쏟는 것이다.


 


반면 힐러리는 61세로 차차기(71)를 기대할 수가 없는 나이가 된다. 따라서 차기가 아니면 대통령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 정가의 정설이다. 따라서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차기에 출마해야 하기 때문에 오바마와 다시 경선을 치르게 된다.


 


결국 재선을 염두에 두고 뛰는 사실상의 오바마 재선캠프(백악관과 내각) 한 가운데 차기의 경쟁자인 힐러리는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트로이목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기용한 오바마의 선택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대통령 꿈’을 가진 힐러리로서는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국무장관으로서 힐러리가 ´딴지´ ´몽니´를 부린다면, 그래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엉망이 된다면 오바마도 피해를 보겠으나 가장 큰 피해자는 힐러리 자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닉슨의 워커게이트 사건에서 보듯이 닉슨이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도청´ 그 자체가 아니라 ´거짓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힐러리의 ´몽니´는 본인 스스로 정치적 사망의 길로 가는 첩경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결코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힐러리는 차기 대선을 포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힐러리는 대선 직전 이뤄진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차기 대권도전, 연방대법관, 상원 원내대표 가능성을 모두 부인한 바 있는데 이것이 그녀의 현실인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래서 힐러리 캠프에서는 국무장관 제안을 거부하도록 조언했고 힐러리의 많은 지지자들은 차기를 위해 오바마 내각에 참여하지 말 것을, 오바마와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관찰자로 남아있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국무장관을 수용했다.


 


또한 입각 조건을 내 놓은 것은 ´오바마와 바로 만날 수 있는 권한(direct access)과 국무부 내 인사권 보장´ 뿐이다.


 


다른 장. 차관 자리를 요구하거나 차기 후보지명 등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권한과 국무부내 인사권만을 요구한 것이다.


 


즉 국무장관으로서 ‘업무’를 잘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하고 오바마는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는 패자로서 승자에 대한 승복과 인정 그리고 맡게 될 ´업무´를 잘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승자인 오바마는 패자에 대한 포용과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통해 국정수행의 효과를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우리 현실을 보자.


 


지난해 대선 본선이나 현재의 박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의 모습에서 ´승자에 대한 승복´ ´당원으로서의 지지´ ´위기극복을 위한 협력´ 등의 자세를 볼 수 있는가.


 


승자인 이 대통령과 친이 인사들의 인사나 정국운영을 놓고 ´승자의 독식´ ´주류의 횡포´ ´친위조직의 독점´ 등을 비난할 수 있다. 충분한 근거도 있다.



또 승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패자가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에앞서 승자에 대한 인정과 예우, 협력이 있었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승자 우선원칙이 지켜진 뒤에야 승자의 양보와 관용,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좌파를 비난할 때 ´형평주의와 획일적인 평등주의´를 지적한다. 왜 형편주의와 평등주의를 비난하는가. 능력과 기여도에 관계없이 국민이기 때문에, 서민이기 때문에, 약자이기 때문에 가진 자, 부유한 자, 능력있는 자의 것을 뺏어서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대통령을 비난할 때 승자우선원칙, 승자에 대한 예우는 말하지 않고 승자의 배려와 관용만을 얘기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승자인 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경선과 국민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당선된 이에게 그 권리를 나눠 갖자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경선 이후 박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이 보인 행태는 힐러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경선 직후 박 전 대표는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클린턴 부부처럼 당 소속 후보인 오바마를 당선시키기 위한 지원유세에도 열심이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는 총리 입각 여부를 놓고 ´제의했다-안했다´ ´예우를 다 했다-안했다´ ´진정성이 있었다-없었다´를 놓고 신경전과 비난전만 계속했다.


 


이후에는 침묵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에 대해 불신을 표시했다.



결정적인 것은 총선 때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은 친박연대라는 희안한 급조정당을 만들어 한나라당 후보 30여명을 낙선시켰으며 10여명의 후보는 오로지 친박연대와 박 전 대표 측의 사조직의 ´낙선운동´으로 민주당에게 패배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속한 정당의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해당행위, 이적행위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자기 당 소속 후보들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유세도 거부했다. 한나라당의 친박 후보 유세에만 직.간접적인 지원을 했을 뿐이다.


 


지방선거 재. 보궐선거 때도 당과 후보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힐러리가 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를 전폭적인 지지를 하지 않았다면, 힐러리가 지원유세에 소극적이었다면, 힐러리가 대선 이후에 차기 대선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면, 오바마의 국무장관 입각을 거부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더 나아가 힐러리가 대선 이후 사실상의 사조직인 신당을 창당토록 하고 상.하의원 선거에서 해당행위를 했다면,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자신의 사조직을 관리하고 조직화하여 오바마를 비난하고 비협조로 일관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박 전 대표가 힐러리의 경선 이후 자세와 행태, 행보가 분명히 다른데도 똑같은 ´예우´를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고 퇴행적인 정치행태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와 힐러리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뉴스캔 장덕수 기자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