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11)

희망의 푸른 물결(11)
독도 해역에 일본 수로탐사선이 침범한다고 야단이다. 한편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가 사재(私財) 1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우울한 뉴스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가. 또 우리 사회는 어느 시대로 회귀(回歸)하는가.

노 정권 들어서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침략하고, 일본이 독도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 그 상징적인 사건이다.

중국은 역사 침탈에 이어 북핵문제를 지렛대로 북한에 대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한다. 물론 우리의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일본도 교과서 문제, 신사참배에 이어 우리 영토 독도에 대한 주권을 그대로 묵살하려 한다. 중국과 일본이 지난 정권 언제 이런 모멸적 행동을 보인 일이 있는지 기억이 없다.

국제사회는 한마디로 힘의 균형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힘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힘을 잃고 나라를 빼앗겼던 역사가 바로 100 년 전의 일이 아닌가. 나라의 힘은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이 국력(國力)이다. 그래서 역사 이래 나라들은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존재해 왔다.

그러면 노 정권 들어서 왜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보는 것일까. 나는 그 해답을 힘의 변화에서 찾는다.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키워온 나라이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라 동맹의 내용도 달라진다. 하지만 노 정권 들어 한미 동맹이 비정상적으로 약화된 사실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이에 반하여 중국의 국력은 날로 커지고 미국과의 관계도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일본 또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자신감을 회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이 미국과 점점 멀어지는 한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는 자명하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무슨 짓을 해도 편들어줄 나라가 없다! 바로 이 상황에서 오늘의 이 엄중한 사태가 야기되었다.

그런 노 정권이 일본의 도발에 어떻게 대처할지 전전긍긍이다. 대통령의 첫 번째 소임이 무엇인가. 바로 영토의 수호이다. 국제법과 국내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무슨 협의를 한다며 여야 정당지도자와 의회지도자를 불러 만찬을 한다.

나는 말한다. 야당과 국회의 지도자는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다. 대통령 본연의 의사결정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결정이 정당한지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것이 야당과 국회지도자의 임무 아닌가. 역대 정권에서는 볼 수 없던 일들이 왜 자꾸 노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지 기가 막히다.

영토주권에 관한 한 단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는 법. 노 정권은 확고한 의지로 대처하면 될 일이다. 일본 또한 우리 국민의 의지를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를 시험하지 않기 바란다.

그러나 일본의 도발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일본의 도발을 분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힘이다. 그 힘은 튼튼한 동맹을 통해 가능하다. 우리가 노 정권의 한미동맹 약화 기도를 좌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의 칼이 번득이면 숨겨진 진실이 나오고 사회 정의가 세워져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삼성을 향해 검찰의 칼이 움직이더니 돈 8,000억원이 튀어나왔다. 삼성의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론 스타에서도 1,000억 원을 낸다고 한다. 외환은행을 인수하여 4조원을 챙긴 론 스타에 검찰의 칼이 향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검찰의 칼끝에 신음하던 현대가 마침내 1조원을 내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검찰권은 정의의 칼이 아니라 뚝딱하면 금이 튀어나오는 요술방망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 나는 정말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이것이 진정 정상적인 사회인가.

기업범죄도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정치사회적 의도가 숨어있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을 맹타하여 거액의 돈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이 드라마가 픽션이 아니라 현실로 연출되고 있으니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양극화 해소를 소리 높여 외치는 노 정권의 정략이 숨어있진 않다고 믿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소수의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고 그 돈을 빼앗아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려는 고도의 술책임이 분명하다. 그 술책의 본질을 아는 사람은 소수이고 다수는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도 저들은 간파하고 있으리라.

이 드라마가 힘겹게 기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까. 기업가정신을 뿌리부터 뽑아버리지는 않을까. 나는 이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불모의 토양에서 오늘 우리 경제를 일궈 온 불굴의 기업가들이 결코 굴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눈을 감고 입을 악물면 이 광란의 시대도 곧 끝난다는 것을.

오늘 우리를 질식시킬 것만 같은 황사도 이내 사라지듯, 오늘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광기도 새로운 기운에 의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 창조의 새 기운을 일으켜야 한다.

2006. 4. 21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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