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지를 위한 400번째 1인시위자 최창우씨

국보법 폐지를 위한 400번째 1인시위자 최창우씨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하며 작년 5월 14일부터 국회 앞에서 시작한 1인시위가 10일로 400회를 맞았다.

이날 시위의 주인공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최창우(48) 공동대표. 무려 16개월을 이어온 국보법 폐지 1인시위는 그동안 최 대표를 비롯해 노동자, 학생, 종교인, 의사, 문화예술인 등 각계를 망라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위였다.

특히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말한데 이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직후에 맞는 400회 1인시위인지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P1R@최창우 대표는 그러나 여당의 국보법 폐지 당론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국보법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는 그에게 대체입법이나 형법의 보완을 주장하는 여당의 ´불완전한´ 폐지 당론은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보안법을 ´말기 암세포´에 비유하면서 "암세포는 종자개량 하듯이 개량할 대상의 것도 아니고 다른 암세포로 전이시켜야 할 것도 아니"라고 표현했다. "말끔히 도려내어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 역시 지난 94년 이른바 ´사민청(사회민주주의 청년동맹) 사건´으로 4개월간 옥고를 치룬 국보법의 피해자이다. 국보법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국보법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결성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고 국회 앞 1인시위도 기획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사당을 오가는 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났다는 그는 "김홍신 전 의원의 경우 다가와서 손도 잡아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넸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고 "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몇 번이고 잘하겠다고 말하더니 국보법 폐지가 아닌 개정안을 내서 다소 배신감이 들었다"며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또 "언젠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한참을 벽만 보면서 국회로 들어가더라"면서 "그 광경을 보고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했다. 정 의원 자신이 느끼고 있지 않는가"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400회를 맞는 1인시위의 의미에 대해서 최 대표는 "16개월간의 1인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의 입장에선 국보법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지 않았겠느냐"며 "국보법 문제가 공론화 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인시위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 입장에선 그동안 여러 시민들이 활발히 참여한 덕에 국보법이 드디어 사멸할 운명에 직면했다"면서 "이것은 곧 시민 인권의식이 향상되었으며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이 사회를 책임지는 일원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 1인시위를 하면서 느꼈던 나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느낌이 새롭다. 평화통일과 인권사회를 향한 발걸음은 누구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뒤 "단지 그 발걸음은 누가 앞서가고 누가 뒤따라 가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비록 맨 뒤에서나마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국회 앞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그동안 시위 피켓을 맡겨주어 그 덕에 시위 참가자들이 피켓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16개월을 이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 사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400번째를 맞은 국보법 폐지 1인시위의 배후에는 ‘이적 표현물 소지죄´를 감수한 음식점 사장님이 있었던 것이다.

이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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