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후정산 행위도 금지 결정

[석유가스신문/뉴스캔]


정유사에 기존 계약서 수정 요구


 


정유사와 주유소간 배타조건부거래와 사후정산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 판결을 내려 향후 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전원회의를 열어 정유사와 주유소간 배타조건부거래와 사후정산시스템이 공정거래법상 위법하다며 시정명령 결정을 내렸고 24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석유유통 거래의 오랜 관행이 개편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 것인데 정유업계가 이번 결정을 그대로 받아 들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준 시장감시국장은 24일 기자 브리핑을 열고 국내 정유사의 배타조건부 거래 행위와 사후 정산 행위에 대해 시정 조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타조건부 거래 행위는 정유사들이 거래 주유소에 대해 제품 전량을 공급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뜻하고 사후정산행위는 제품 출하시 대략적인 가격만 통지하고 일정기간 이후 할인 또는 인상 가격을 최종 통보받는 거래 행위를 의미하는데 이들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 GS칼텍TM, 현대오일뱅크, S-OIL 등 5개 석유 사업자들은 자영 주유소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소요제품 전량을 자신들로부터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의무 위반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등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그 대상은 자영 주유소들로 SK 계열이 2836곳 등 전국 7562개 주유소가 해당된다.


다만 이중 S-OIL은 2003년 이후 부터는 전량공급조항이 없는 석유공급계약서를 체결해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거래 주유소에 배타조건부 거래를 강요하면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준 국장은 “5개 석유사업자의 배타조건부거래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사업자 또는 잠재적 경쟁사업자가 주유소를 통해 석유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기회가 감소 또는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적지 관리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는데 주유소가 거래 정유사를 옮기려 해도 정유사들끼리 원적지를 관리하는 관행으로 거래처 이전이 용이하지 않아 정유사간 경쟁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준 국장은 “주유소가 (석유 공급처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정유사에서 기존 거래 정유사의 이전 동의를 받아 오라고 요구하는데 기존 거래 정유사가 확인해 줄 리가 없다”며 원적지 관리 관행은 명백한 경쟁제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유사들간 원적지 관리 관행이 담합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중이라며 추가적인 조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의 결과로 원칙적으로는 정유사가 상표권 사용 등을 이유로 주유소의 의사에 반해 배타조건부거래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즉 정유사 상표를 사용하는 조건 이외에도 보너스카드나 제휴카드, 자금이나 시설 지원, 외상거래 같은 이유를 들어 배타조건부거래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다만 주유소가 원하는 경우에는 일정 계약기간에 한정해 배타조건부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유사와 자금이나 시설 등을 지원받지 않은 주유소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범위안에서 배타조건부거래를 허용하고 시설 등을 지원받은 경우는 지원에 상응하는 범위안에서 1년 이상의 기한을 초과 설정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준 국장은 “주유소가 배타조건부 거래를 원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주유소의 자율적인 의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의 기간 동안  전량 거래를 약속하는 기존의 계약서에 대해서 정유사에게 수정을 명령할 것이며 향후 3년간 반기별로 거래 현황을 점검하고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 등을 나서겠다고 밝혔다.


◆ 주유소 정확한 구입 가격 알지 못해


사후정산 행위와 관련해서도 시정을 명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5개 석유 사업자는 2006년 경 부터 현재까지 주유소가 석유제품을 주문하는 경우 대략적인 가격을 유선 등의 방식으로 주유소에 고지하고 출하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가격을 확정해 월말에 정산해 오고 있다.


또 이 행위가 정유사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라는 것이 공정위의 해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유소가 석유제품을 주문할 때 대략적인 가격을 입금한 후 제품을 인도받은 시점에서 조차 정확한 제품구입가격을 알지 못해 적정한 판매가격을 책정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또 정유사가 대략적인 가격 통보 후 타사의 동향을 살펴 최종가격을 결정해 정유사간 가격경쟁을 회피하고 결과적으로 주유소가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려 사실상 정유사와 주유소간 거래 시점에 거래 가격이 최종 확정 되는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 정유업계는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심결서가 도착하는데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동안 관행처럼 이뤄진 전량 구매 계약은 정유사의 상표권과 소비자의 기름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고 사후정산은 오히려 주유소에 대해 추가적인 마진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정유사들간 경쟁의 결과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이의신청이나 행정 소송의 가능성을 내비췄다.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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