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와 삶의 긍정적 변화 일깨우기

                                                                                       문 형 구 |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기업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처럼 대기업이 이 사회에 대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너무나도 평범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만한 답을 찾기에는 어려운 이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존경받는 기업’ 혹은 ‘일하기 좋은 기업’ 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공통으로 지니는 특징이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기업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처럼 대기업이 이 사회에 대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너무나도 평범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만한 답을 찾기에는 어려운 이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존경받는 기업’ 혹은 ‘일하기 좋은 기업’ 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공통으로 지니는 특징이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그리고 오랫동안 널리 알려진 답은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밀튼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주장, 즉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뿐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윤의 극대화라는 주장을 조금 더 확대하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이 지닌 유일한 존재 이유이며 이외의 다른 것은 사회의 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주장을 넘어서서 좀 더 통합적인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이 이제는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기업은 기업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바라는 바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접근의 확산이 그 예가 된다.




또한, 경제적 책임을 넘어 각종 규정을 지키고 윤리적으로 행동하며 동시에 자선적 책임도 수행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업은 사회 속의 다른 조직이나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역할을 넘어서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과거에는 재량적인 활동으로 여겨져 왔던, 즉 하면 좋고 안 하더라도 괜찮은 활동으로 여겨져 왔던 사회공헌활동이 이제는 기업이 수행하여야 할 사회적 책임의 한 부분으로 분명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역사적 변화와 인식의 발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의미가 어떻게 변하여 왔는지 역사적 단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Galskiewicz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은 1920년대 국가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자선적 기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좀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1953년 A. P. Smith Manufacturing이라는 기업이 프린스턴 대학에 1,500불을 기부한 것에 대해 Burlow라는 주주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기업의 경영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대학에 기부한 것은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주의 주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결은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을 가져다주지 않는 기부를 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권리의 정당성은 그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 정부가 기업에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좀 더 큰 역할을 요구함으로써 더욱 확인되었다.




이러한 권리는 약간은 시혜적인 의미가 강하게 풍기는 ‘기업의 자선행위(Corporate Philanthropy)’, ‘기업기부(Corporate Giving)’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주주의 권리를 강조하는 집단들이 기업의 기부활동의 내용을 분명히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거세게 요구하는 주주행동주의 등의 영향으로 인하여,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지를 따져 물음으로써 그 활동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경영컨설턴트들이 기업에 “사회적 투자”(SocialInvestment)를 권고하고 자선적 기부를 할 경우 전략적으로 함으로써 주주에 대한 수탁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라고 권고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전략적 사회공헌(Strategic Philanthropy)´이라는 용어가 흔히 이런 의미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칭할 때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ISO 26000,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GRI 등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적 흐름 속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의 구체적인 이슈들을 살펴보면 작업장에서의 차별금지 및 다양성 촉진 그리고 인권보호, 시장에 있어서 공정무역과 협력사와의 상생(Supply Chain Management로 구체화되고 있는), 지역사회 발전에의 동참 등을 통한 사회공헌활동과 임직원의 자원봉사활동,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문제해결에의 동참 등이 있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지금 현 시점에서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시민활동(Corporate Citizenship)’이라는 용어로 잘 표현되고 있다.




즉 기업이 다른 시민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넘어서서,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마땅히 하여야 활동으로서 사회공헌활동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초기의 시혜적이며 온정주의적인 재량적 활동으로부터 발전하여 기업의 이익(경제적 혹은 명성의 측면에서)에 도움을 주는 활동으로 인식되었다가, 이제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사회의 시민으로서 기업이 수행하여야 할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업을 통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인식과 함께 특히 교육 및 사회복지 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많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자원과 노력을 쏟아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됨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에 있음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이제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의 이미지 향상이나 임직원의 자부심 증진을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이 마땅히 수행하여야 할 책임으로 여기는 인식이 아직은 느리지만 서서히 그 폭과 깊이를 늘려가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에 주어진 과제는 사회공헌활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 그 방안을 모색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사회공헌활동의 본질적인 조건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활동의 결과가 사회에 얼마나 큰 임팩트를 주었는가가 주된 관심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사회공헌활동의 본질적인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진정성의 본질에 관해서는 여러 학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 속에서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문성을 지니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이며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적인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거나, 사회적 문제의 해결보다는 그 활동 자체만을 널리 알리려는 시도는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가 사회공헌활동 부서를 홍보 혹은 마케팅 부서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 하겠다.




둘째, 기업의 모든 활동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업의 이익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진정성이 사회공헌활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임은 분명하지만, 진정성이 인식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쩌면 사회공헌활동의 동기가 무엇인지, 이타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정작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좋은 일에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의도를 불문하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혹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확실히 도움을 주고 있다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공헌 자체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실제로 변화를 일으


킬 수 있도록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쓰고 있다는 확신이 사회공헌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큰 틀에서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방향 진정성, 활동의 효과성과 효율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앞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필자가 지닌 대단히 제한적인 정보를 토대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이 나아가야 할 점도 거칠게나마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 혹은 명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여러 연구가 입증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한준 교수와 필자가 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일반 시민과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데 필요한 것은 사회공헌활동의 진정성과 기업의 윤리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사회공헌활동의 효과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활동의 성과는 기업이 다른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즉 얼마나 윤리적인 기업인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2008년 4월 사회책임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사회공헌활동을 사회적 책임의 큰 틀에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좀 더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첫걸음을 잘 내디뎠다고 여겨진다.




사회적 책임의 구체적 내용과 실천에 있어서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겨지기는 하지만.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3대 부문 9대 추진과제와 27개 실천 목표가 단순히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각자 독립적으로 다른 활동과의 유기적 관련성 없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단편적이고 간헐적이며 비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지양하여 좀 더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공헌활동을 경영관리 프로세스로 파악하고 있는 필자와 동료들이 개발한 기업사회공헌활동 인덱스가 이런 측면에서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인덱스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사회공헌활동의 철학과 전략이 기업의 비전과 전략과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철학과 전략이 명시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조직 구성원에게 공유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임직원의 공감대 형성은 사회공헌활동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사회공헌활동의 성과를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분석하여 그 결과가 향후 활동에 피드백되도록 하여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과제로 사회공헌활동의 임팩트를 측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학습하는 체제의 구축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본다.




셋째, 기업 내의 전문성을 높이고 또한 사회 내 다른 부분과의 협력방안의 모색이 요구된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나 기업 혹은 시민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행하여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적 이슈를 발굴하고 임팩트 측정에 있어서 외부 전문가, 비영리조직, 정부 등 과의 지속적이며 심층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 기업 내부의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뿐만 아니라 카운터 파트로서 상대방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이 비영리조직과 협력을 하는 경우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앞으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비영리조직 그리고 정부와 어떻게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협력하여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큰 걸음을 기대하며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 거대하다. 전통적으로 여겨져 왔던 기업의 고유 영역을 넘어서서 이제 기업은 사회문제의 해결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함으로써 진정한 이웃 시민으로서 분명히 자리 매김하여야 할 시점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사회책임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의 큰 틀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아직도 고려하고 고민해야 할 사항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이 첫걸음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에 기업이 함께하는 모범적인 큰 걸음으로 결실을 거두어, 모든 기업에 확산되고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문형구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 경영학 박사(조직행동론)


현 한국비영리학회 회장


현 한국윤리경영학회 부회장


현 한국투명성기구 부회장


2005년~현재, 기업사회공헌 지표 개발 참여



문 형 구 |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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