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 권리와 방송활성화를 빙자한 정치적 싸움

 

【뉴스캔】언론법 개정에 반대하는 MBC와 언론노조의 파업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논쟁이 뜨겁다. 그런데 언론간의 싸움은 왠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 싸움의 양상은 정부․여당-조․중․동과 야당-MBC․CBS․EBS-경향․한겨례가 편을 나눠 벌이는 승부다. 그 가운데 가장 전면에 나서서 싸움을 일으키는 측은 정부를 대변하는 조․중․동 대 MBC의 싸움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들 양 언론사간의 싸움은 명백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중․동은 MBC를 두고 ‘재벌언론’으로, 이들의 파업을 ‘밥그릇 지키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MBC를 비롯한 경향․한겨례 입장에서는 조․중․동을 ‘재벌언론’이라고 보고 있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언론독재의 음모’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재벌언론’으로 보고 있는, 희안한 형국에 들어선 셈이 된다. 마치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물어뜯는 듯 양 언론들은 서로를 헐뜯고 있다.


그러나 역시 언론인들답게 이들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매우 그럴듯한 어휘로 담아 자사(自社)들의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이 사안과 관련돼 자신의 의견을 표현다는 대중들 대부분은 이들 언론사의 주장에 설득되어 자신들의 주장을 구축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주장들은 우려와 분석일 뿐, 그 어느 것도 ‘사실’에 기인한 주장은 없다.


MBC의 주장이 ‘우려’라는 것은 당연히 알 것이고, 조․중․동의 주장 또한 결과에 대한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 조․중․동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자신들 마음대로 해석한 것이라면 MBC는 존재하지 않은 사실을 걱정해 상대에 관한 기사나 사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쟁점들 가운데 하나는 ‘MBC 파업’에 대해 ‘언론의 독립성 수호’인가, ‘삼성그룹 직원보다 연봉이 높은 사람들의 밥그릇 수호’인가이다.


필자의 견해부터 말해보자면, 그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모전으로 인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해야 할 뉴스, 신문이라는 공간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담는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뿐이다.


언론의 자율성․독립성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방송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양 언론사들 중 누구라도, 혹은 정부라도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분명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합리적 대안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채 무조건 안된다고 파업하는 MBC나 그런 기회조차 안 만들려고 하는 정부나 둘 다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언제나 여․야간의 시시콜콜한 당파싸움에 대해 비판해왔던 언론이 그들과 같은 꼴을 보이는 것은 정말 보기 흉하다. 부디 정치인들처럼 유치하게 치고 받을 것이 아니라 지성인들답게 지적인 방법으로 싸워 원만한 해결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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