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겹살, 이제는 삼겹지방으로 이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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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삼겹살, 이제는 삼겹지방으로 이름 바꿔야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09.01.0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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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의대 전공의


삼겹살에 관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소심하게도 상당한 고민이 있었고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겨우 삼겹살 이야기 할 거면서 이런 거창한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차차 말씀을 드리기로 하고 일단 제 의과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때는 조직학 수업을 듣고 있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조직학이란 것이 무엇인지 대충 설명을 드리자면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같은 기초의학에 해당하는 과목이고 (이에 대비해서 내과학, 외과학, 피부과학 등은 임상의학 과목으로 분류됩니다.) 인체에 존재하는 근육조직, 신경조직 하는 이런 조직(組織)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이 과목 자체가 참 재미가 없었지만 가르치시는 노교수님도 참 재미가 없으셨던 분으로서 강의를 듣는 의학과 학생의 절반이 쏟아지는 나른한 봄날의 졸음과 투쟁하다가 쓰러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우문현답의 결정판


지금은 근엄한 대학교수가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과내에서 소문난 개그맨이자 과대표인 p군 (가명)이 갑자기 질문이 있다면서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질문이란 게 거의 없었던 이 수업에 질문이라니 이게 무슨 반가운 일인가 하시는 표정으로 연로하신 교수님은 상당한 관심을 표시했고 무슨 질문이냐며 되물으셨습니다. 당시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조폭 개그가 유행이었다는 맥락을 이해해야 이 질문이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이 친구가 조직학 교수님께 여쭈었습니다.



 


“조직의 쓴맛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정신없이 졸고 있던 온 강의실의 의대생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너무나 엉뚱한 질문에 이 웃음은 거의 5분 정도 지속되었을 겁니다. 저 자신도 배꼽을 잡고 웃다가 한편으로 죄책감이 느껴졌습니다. 조직학 교수님은 그래도 성심 성의껏 가르쳐주고 계신데 거의 장난이나 다름없는 이런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매우 무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졸고 있는 급우들을 깨우기 위한 과대표의 살신성인에 고개가 숙여지면서도 이 웃음이 끝나면 이 녀석이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면서 웃었습니다.



 


강의실 안이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폭소의 태풍이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리던 교수님이 다시 분필을 들고 강의를 시작하셨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찬찬히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조직 중에서도 단백질은 맛이 없습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맛을 낼 수 있는 물질인데 입안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순순한 단백질이라면 씹는 느낌 말고는 별다른 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대신 여러분이 고기를 먹을 때 그 특유의 맛을 느끼는 것은 지방 때문입니다. 단백질의 사이사이에 퍼져있는 지방이 조리 과정에서 녹으면서 향과 맛을 내고…”



 


이런 강의가 계속 되었습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딱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교수님은 코미디 프로그램도 안보시고 조폭들이 조직이라고 하는 것도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이시고 ‘조직’이 실제 섭취되었을 때 맛을 내는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신 것입니다. 평생을 연구실에서 사셨을 분이시기에 텔레비전을 전혀 보지 않으신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조직의 쓴 맛’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학구열이 넘치는 의대생의 순수한 궁금증으로 받아들이신 노교수님을 생각하면 정말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과 서양의 다른 육식 문화


지 금 삼겹살에 대해서 쓰려니 이 에피소드가 기억이 났던 이유는 우리가 먹는 고기의 맛은 사실 지방의 맛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왜 한국인이 돼지의 등심이나 목살이나 그 어떤 부위보다 삼겹살을 더 좋아할까 생각을 해보면 저는 맛이 더 좋다는 것 외에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맛은 사실은 지방에서 나옵니다. 아이스크림의 단맛과 어우러진 그 부드러운 맛도 유지방에서 나오고, 갓 구운 빵에 발라먹는 살짝 녹은 버터의 맛도 지방에서 나오고, 하다못해 김치전의 고소한 맛도 식용유에서 나옵니다(이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김치와 밀가루가 잘 섞인 김치전 반죽을 호빵 찌듯이 쪄서 드셔보시면 기름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맛의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여담인데 쇠고기 부위 중에서 꽃등심이 비싼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음식점에서 꽃등심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누군가 묻자 음식점 사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소 한 마리 잡아도 한 주먹밖에 안 나온다고. 한국 사람은 스테이크를 주로 먹는 서양 사람과 달리 쇠고기를 얇게 저며서 로스구이를 해먹기 때문에 고기의 맛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양에서는 스테이크로 두껍게 고기를 썰어서 먹기 때문에 거의 일정한 비율의 단백질과 지방이 한 입 크기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꽃등심처럼 고기와 지방이 골고루 섞인 것이 덜 중요해집니다. 이렇게 먹게 되면 고기질에 따른 맛의 차이를 잘 알기는 어려운 반면(물론 사람 나름이지만) 육질이 질기면 큰 덩어리가 썰어지지도 씹히지도 않아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차이가 생기므로 고기가 일단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래서 조리방법도 고기를 덜 익혀서 육즙이 보존된 것을 선호하고 고기 자체도 어린 고기(특히 송아지 고기 같은)를 좋은 고기로 칩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고기를 굽기 전에 생고기가 일단 상에 올라가므로 보기가 좋아야 할뿐더러 굽는 작은 고기 한 점에 지방과 단백질이 잘 어우러져 있어야 좋은 맛이 납니다. 소위 마블링이라고 하는 이 지방과 단백질의 조화가 가장 잘 된 것이 꽃등심 부위라고 합니다. 대신 얇게 고기가 썰려있어서 육질이 부드럽거나 약간 질기거나 하는 차이는 알아차리기 힘들게 됩니다. 그리고 고기가 훨씬 부드럽지만 성장이 아직 되지 않아서 마블링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송아지 고기가 한국에서 별로 환영 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라고 합니다.



 



의외로 높은 삼겹살의 지방 함량



기름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는 쇠고기 등심에서 조차도 지방이 맛에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삼겹살이 맛이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그런데 삼겹살의 문제는 이 맛있는 지방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삼겹살의 부위마다 다르겠지만 서양쪽 문헌에서는 삼겹살에서 지방과 단백질의 무게 단위로 비율을 6 대 1 정도로 잡습니다. 가장 관대한 한국의 자료조차도 2:1 정도로 잡으니 우리의 짐작과는 차이가 상당히 있습니다.



 


언뜻 보면 지방과 단백질 부분이 세 네 겹으로 서로 번 갈아서 층을 이루고 있어서 거의 1대1의 비율로 보입니다. 하지만 성분 분석상으로는 수분을 제외하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60%에서 80%가 지방으로 나옵니다. 이런 성분분석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고, 일리가 있기도 한 것 같은 것이 고기를 구워보시면 거의 신용카드 크기의 꽤 두터운 고기 한 점이 구워서 지방과 수분을 녹여서 흘려보내고 나면 두께는 반이 되고 크기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엄지 손톱만 하게 졸아붙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녹는점이 낮은 지방이 녹아서 빠져 나가고 나면 단백질 성분이 남는데 단백질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돼지 껍질부터 시작해서 안쪽으로 길게 고기를 썰수록 단백질 부분이 더 많이 포함되므로 이 비율이 크게 차이날 수 있습니다만 한국인이 통상적으로 선호하는 삼겹살의 길이는 지방층이 대부분인 돼지 껍질부터 10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저는 6대1까지로 보는 비율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가정하면 삼겹살을 섭취할 경우 93%정도의 칼로리가 지방에서 나오게 되고 단백질에서 나오는 칼로리의 비중은 7%정도에 불과합니다. 지방의 비율이 이렇게 높다 보니 지방이 적은 다리살 등과 비교하면 같은 돼지고기라도 같은 무게에서 1.5내지 2배의 칼로리를 가지게 됩니다.



 


한번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네이버의 지식인과 같은 서비스인 yahoo가 운영하는 yahoo answers의 영국 버전에서 아주 우스운 문답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 삼겹살로 만든 jerky(육포)의 칼로리가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았는데 채택된 답이 칼로리를 알려주는 대신 ‘칼로리 생각하면 먹을 수 없을 정도’라고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 서양이나 못 먹고 살 적에는 무조건 칼로리 높은 음식이 영양가가 풍부한 것으로 추앙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 지만 이제는 칼로리 높은 음식은 나쁜 음식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현대인에 많은 고혈압, 당뇨, 암, 비만, 심장병, 중풍과 같은 질환들이 육식을 비롯한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보고가 나온 지 오래고 현대화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한국인은 못 먹어서 말랐던 시절이 끝나자마자 너무 먹어서 큰일이라는 경고를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법에서 전통적으로 지방도 ‘살’로 취급했던 것 같습니다. 보릿고개를 생존해서 넘겨야 하는 시대에서 고기를 먹더라도 지방과 근육의 구별도 큰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고 해부학적인 개념이 없는 시대라서 살이 찌면 근육이 늘어난 것인지 지방이 늘어난 것인지 차이를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젖을 많이 먹고 피하지방이 축적되어 포동포동해지면 ‘젖 살’이 쪘다고 하고 배가 지방이 축적되어 볼록해지면 ‘뱃살’이 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좁은 의미에서 ‘살’은 ‘근육’을 의미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돼지 지방 덩어리인 삼겹살도 이 같은 연유로 삼겹살이라고 불리게 되었나 봅니다.



 


삼겹살 1인분의 열량을 태우려면


삼겹살 1인분을 200그램으로 한다면 단 1인분의 삼겹살을 먹어도 일일 지방 섭취 권장량의 170%가량을 섭취하게 되고 포화지방만으로 따로 분석을 해보면 하루 권장 섭취량의 210%나 섭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삼겹살 구이는 조리 과정에서 상당량의 지방이 녹아서 나온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위의 분석보다 적은 지방을 섭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칼로리를 계산해보면 만약 삼겹살이 순수한 지방이라면 1800kcal이라는 가공할만한 칼로리가 나오겠지만 실제로는 삼겹살 무게에 포함된 수분이 상당량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1인분의 칼로리는 700kcal 전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이는 통상적으로 밥 두 공기가 넘는 상당한 열량입니다. 이 많은 칼로리를 운동으로 없애려면 다섯 시간이 넘는 걷기나 한 시간도 넘게 쉬지 않고 수영을 해야 태울 수 있는 칼로리가 됩니다. 지방 성분을 다시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누어서 분석해보자면 삼겹살에 불포화지방이 6:4 정도로 많기 때문에 삼겹살이 의외로 건강에 이롭다는 근거로도 쓰입니다. 물론 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동맥경화증을 촉진하므로 몸이 더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불포화지방이 조금 더 많다고 삼겹살의 지방은 몸에 나쁘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불포화지방은 화학구조상 이중결합이 많아서 녹는 점이 낮은데 식물성 기름의 예로 식용유가 바로 이런 종류입니다. 상식적으로 식물성 기름이 아무리 몸에 좋아도 튀김을 매일 먹으면 살도 찔 것이고 혈관도 따라서 상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삼겹살의 불포화지방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삼겹살을 굽게 되면 대개 녹는 점이 낮은 불포화지방이 녹아서 먼저 흘러나오고 몸에 더 안 좋은 포화지방은 아직 녹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고기를 먹게 되므로 몸에 덜 나쁘다는 불포화지방을 실제적으로 더 섭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돼지고기의 영양가는 살코기 속에 들어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삼겹살이 몸에 나쁘다고 광고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삼겹살의 영원한 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 때 비싼 쇠고기를 많이 먹어보지 못해서 (돈이 있어도 안 먹었습니다. 너무 비싸서 현명한 소비를 한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요.) 미국에 오면 실컷 먹을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에 오니 쇠고기나 돼지고기나 값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결국 삼겹살만 먹고 살고 있습니다. 쇠고기 구워먹기가 질리기도 했지만 삼겹살의 감칠맛을 잊지 못해서 입니다.




 



하 지만 말은 바로 해야 합니다. 이름은 그 객체를 규정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이름에 따라서 인간의 인식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삼겹살을 ‘살’로 부르는 이상 삼겹살은 비만인구 30% 시대를 넘어서 40% 시대로 가는 이 상황에 계속 ‘살’로 대접을 받으며 지방 칼로리 90%의 본색을 속일 것입니다. 이제는 삼겹살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합니다. 저는 삼겹살을 그 본체 그대로 ‘삼겹지방’으로 부르기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삼겹지방으로 한번 회식하면 돼지 목살이나 등심, 다리살로도 한번은 회식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겹지방 수입이 한 해 거의 10만 톤이라고 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천대받는 삼겹지방이 유독 한국으로만 몰려드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지만 외화낭비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돼지고기 섭취가 골고루 되어야 돼지 축산 농가도 살고 국민 건강도 삽니다. 삼겹지방이 서민들에게 오랫동안 영양보충의 원천이 되었던 것과 고된 일과후의 회식문화와 어우러지면서 국민들에게 주는 각별한 의미를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삼겹살 사랑을 이해하기에 삼겹지방으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삼겹지방의 본색을 이야기하려니 매우 부담이 되고 큰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시장에 가서 고기를 사본 적이 있는데 삼겹지방과 비교해서 돼지 다리살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싼 데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전국민 비만시대와 삼겹살 수입시대가 되면서 삼겹지방은 이미 그 의미를 잃었어야 했습니다. 돼지고기가 필수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식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그런데 삼겹지방에는 진정한 의미의 돼지고기가 20%밖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제 서민의 벗은 수입 삼겹지방이 아니라 국내산 돼지 다리살과 목살이 되어야 합니다.


 



 



고수민, 뉴욕 알버트 아인슈타인의대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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