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부여한 임무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헌법에 부여한 임무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국가보안법 폐지 17대 의원 성명서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신성한 임무에 따라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자 합니다.



우리 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국가에게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권력이 법률로서 억압해 온 역사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국가보안법이 그래왔다는 것은 법리적 논쟁과 판단을 떠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국가보안법의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래서 오늘 우리는 헌법이 우리에게 부여한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하는 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습니다. 반드시 폐지하겠습니다.
권력에 의해 언제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할 가능성이 있는 법이라면 당연히 폐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법치주의 국가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국민여러분,
그동안 유엔을 비롯하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국제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말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게 되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국제사회에서 떳떳하게 나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국민여러분,
우리는 일부 국민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안보상황과 연결시켜 생각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자리에서 국민여러분에게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국민여러분,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도 국가안보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역시 국가안보를 소중히 생각하며, 국가안보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이미 세계에서는 사라진 냉전 질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냉전 질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우월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냉전 질서를 해체하는 출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국가보안법 폐지 후 국가안보를 걱정하시는 국민이 계시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국가보안법의 일부 내용을 담는 새 법을 만들려고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새 법을 만들 필요 없이 지금 있는 형법을 일부 보완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많은 분들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국가안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다른 법을 만들거나 고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논의를 존중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위에 계속 논의해 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견해를 깊이 이해하고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인권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고민과 결단을 깊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4. 9. 15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하는 17대 국회의원 모두의 의견을 모아

노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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