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L 싸고 이마트 할인권에 티슈까지

[석유가스신문/뉴스캔]


 


- 고객요청에 개점시간 7시로 앞당겨 -
- 주변업소 가격경쟁 포기, 고가정책 선회 -


 


주유소업계에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대형 할인마트의 주유소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인데 이마트는 이미 1호 주유소의 문을 열었다.


당초 정부의 유가 안정화 대책 일환으로 등 떠밀려 석유유통사업에 진출하는 모양새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주유소와 할인마트의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싼 기름을 넣기 위해 할인마트를 찾는 소비자들까지 등장하고 주유를 위해 늘어선 차들로 주변 도로까지 막힐 정도다.


주변 주유소들의 매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


이마트 1호 주유소인 용인 구성점 인근의 한 주유소는 주부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국내 할인마트중 처음으로 석유판매업소를 오픈한 이마트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구성점의 주유소를 스케치 해봤다.


 


▨ 마트주유소 판매가보다 인근주유소 유류구입가격이 더 높아


대형 마트 병설주유소 1호점인 경기도 용인의 구성 이마트 셀프주유소. 휘발유와 경유가 리터당 1198원의 낮은 판매가격으로 주유고객의 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2일 오픈한 경기도 용인 구성 이마트 주유소의 컨셉은 ‘저비용 저가격’이다.


주유소 명칭도 ‘이마트 셀프 주유소’로 지었다.


이 곳의 석유 판매가격은 주유소업계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욱 파격적이었다.


지난달 23일 기준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1198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점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사이트인 오피넷(www.opinet.co.kr)기준  인근 용인시 기흥구내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306원, 경유 1297원을 기록하고 있으니 휘발유는 리터당 108원, 경유는 99원 낮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로써는 낮은 가격에 대기업의 브랜드를 걸고 판매되는 기름을 전폭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기자가 이마트 셀프주유소를 찾은 23일 오전 11시경 복식 셀프 주유기 4대가 설치된 주유소는 이미 고객 차량으로 가득차 있을 정도였다.


다만 셀프주유소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진입로부터 차량유도 직원들이 배치돼 있었고 셀프형태에 익숙하지 못한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반주유소보다 훨씬 많은 6~7명의 주유 도우미 직원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당초 주유소업계는 구성이마트 주유소가 이면도로에 위치해 시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월마트를 인수,  새 단장해 인근에 있는 죽전 이마트에 비해 고정고객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구성 지역은 신도시 지역으로 신갈, 동백 등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인접해있는 수지, 분당 등에 비해 이곳 주유소들의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있어 이마트 주유소라도 크게 가격 차별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사정은 달랐다.


좁은 진출입로를 통과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 이마트 구성 주유소에 진입한 주유차량은 10여분간 무려 50여대에 육박했다. 28일 일요일 다시 찾은 이마트 구성 주유소에는 주유를 위해 길게 늘어선 진입대기 차량으로 주유소에 진입하는데만 10분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인근 아파트 지역의 주부고객들은 잠깐의 셀프주유를 통해 리터당 100원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 비좁고  막히는 진입로  진입을  망설이지  않았다.


22일 오픈당시 주유소의 영업시간은 오전10시부터 자정까지로 이마트와 같았는데  출근 차량은 이마트 주유소를 이용할 수 없다는 고객들의 요청이 빗발쳐 결국 오픈 일주일 만에 오픈 시간을 오전 7시로 앞 당겼다.


특히 이마트가 저가 판매를 위해 셀프주유 · 판촉품 배제 등을 할인요인으로 꼽았지만 실제 구성이마트 주유소에는 일반 주유소 보다 더 많은 주유도우미가 배치됐고 포인트 적립이나 카드할인 등의 혜택은 동일하게 제공됐다.
여기에 오픈기념 행사로 고가의 곽 티슈 및 이마트 상품할인권까지 지급되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었다.


 


▨가격경쟁 포기할 수 밖에...판매가격 올리기도


이면도로에 위치한 이마트 셀프주유소의 길안내 표지판과 가격표지판. 아래는 이마트 할인권 증정행사 등을 펼치는 안내 프래카드


구성이마트 셀프주유소와 인접한 주유소들은 마땅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차라리 가격경쟁을 포기하고 고마진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신중한 대응도 나오고 있다. 
구성 이마트 셀프주유소와 동일한 SK폴을 달고 기름을 공급받는 SK구성주유소 관계자는 “이마트는 휘발유를 리터당 1198원에 팔고 있는데 우리 주유소가 공급받는 휘발유 가격은 그보다 높은 리터당 1220원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노마진으로 영업을 한다 해도 가격을 쫓아갈 수 없다는 결론이다.
동일 지역의 GS칼텍스 세명주유소 관계자는 “대책을 찾고 있지만 셀프주유소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세차서비스 강화 이외에 딱히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이왕 가격경쟁이 불가능 하다면 차라리 적은 손님이라도 마진을 더 남기는 고가 정책이 유리하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SK네트웍스 직영 구성신도시 주유소 관계자는 “광역버스 등 고정 대량 고객이 확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트 주유소가 문을 연 이후 주유소 판매량이 20%가량 감소했다”며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적은 손님이라도 더 높은 서비스 제공과 고마진 전략으로의 선회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구성 이마트 셀프주유소 오픈 이후 인근 지역의 주유소들은  가격 인상요인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판매가격을 올려 리터당 1308원으로 상향된 주유소를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업계에서는 탱크로리를 몰고 마트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오자는 뼈 있는 농담이 돌고 있다”며 “구성과 통영, 순천, 군산에 이어 이마트는 물론 타 대형마트의 주유소업 진출 시 인근 주유소의 줄도산은 우려가 아닌 현실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석유가스신문 박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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