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4곳 추진, 농협은 수원*고양 확정

[석유가스신문/뉴스캔]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기웃, 주유소업계 비상


 


국내 최대 할인마트인 이마트가 병설 주유소 사업에 돌입했다.


경기도 용인 구성 이마트점은 이미 영업에 들어갔고 경남 통영점과  전북 군산, 전남 순천점에서는 건축 및 인허가 절차가 진행중이다.


가격과 유통 구조 파괴가 전문인 할인마트가 주유소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인근 주유소들은 사색(死色)이 되고 있다.


이마트 주유소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궐기대회와 규탄 집회를 벌이며 항의도 해봤지만 합법적으로 등록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사업을 물리력으로 막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했으니 이제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마트는 병설 주유소 컨셉을 비용 최소화를 통한 최저 가격으로 내걸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병설 주유소에서는 셀프 시스템을 지향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무료 세차나 각종 판촉품 제공은 지양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기름값을 최대한 낮추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달 22일 문을 연 이마트 구성점 병설 주유소는 지역 평균 판매가격 대비 리터당 100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기름을 팔았다.


여기에 할인점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주유소 사업에  접근하고 ‘노 마진’ 전략까지 구사하게 되면 정유사 직영 주유소들 조차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한 정유사 영업 담당자는 “이마트 인근에 위치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들도 셀프 시스템으로 주유 방식을 바꾸고 비용을 최소화해 경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 정도니 자영 주유소들은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할 판이다.


롯데마트도 경북 구미점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병설 주유소 건설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평택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부지 옆 주유소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처음에는 정부에 등 떠 밀려 시작한 병설 주유소 사업이 할인마트간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유소가 할인마트의 경쟁력중 하나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될 경우 석유유통사업의 수익성과 상관없이 주유소 병설이 무리하게 시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대 석유 네트워크 확보한 농협

도·소매 기능을 한데 묶은 농협중앙회 유통센터의 주유소 진출은 석유유통시장에 가공할만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은 올 상반기 주유소가 들어설 농협중앙회의 수원유통센터 전경. 방문고객 차량이 꽉 들어차 있다. 사진 아래는 이마트 구성점 병설주유소


그런 면에서 전국적으로 약 900 여곳의 석유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농협은 더욱 위협적이다.


농협 관련 석유 판매업소는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주유소 413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900여 곳이 넘게 운영중이다.


또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에서 소매 할인점인 하나로마트의 일부 점포를 통해 주유소를 병설 운영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가 농협 유통 소속의 주유소다.


그런데 농협중앙회까지 주유소 사업에 나서면서 주유소업계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경기 수원과 고양에 위치한 농협유통센터내 부지에 주유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도매 기능의 유통센터에 소매 역할의 하나로클럽이 병설 운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농협중앙회가 운영하게 되는 주유소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으로 사실상 이마트 같은 할인마트 병설 주유소와 같은 개념인 셈이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운영하게 되는 주유소는 정유사 브랜드를 같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지역농협 주유소와 달리 ´NH농협´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해 석유대리점 사업에 진출한 농협중앙회가 자체 브랜드로 주유소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농협은 일반 자영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가 자체 브랜드로 주유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정유사간 경쟁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농협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굳이 정유사 브랜드 로열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특정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맺는 것보다 자체 상표로 기름을 판매하게 되면 복수의 정유사들을 경쟁시키면서 자유롭게 여러 기름을 공급받아 혼합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대리점 사업까지 겸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농협 자체 브랜드를 지방 농협 계열 석유판매업소까지 확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석유유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위협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일선 지방 농협에 정유사로부터 자금이나 시설 등 각종 지원을 받지 말고 계약 기간도 최소화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는데 언제라도 정유사와 계약 관계를 끊고 농협 자체 상표로 주유소를 이동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농협중앙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수입사중 한 곳인 남해화학의 최대 주주로 석유수입은 물론 정유사를 상대로 하는 석유 대리점 사업과 주유소 유통사업에 모두 발을 담그며 이른 바 대형 석유 마케팅 기업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농협중앙회는 한편으로는 정유사간 경쟁을 유도하는 견제자의 입장을 유지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전국적으로 900 여곳이 넘는 석유 판매업소를 거느리며 일반 주유소들을 압박하는 거대 석유유통업소로서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올 한해 대형 할인마트 주유소는 이마트가 최소 4곳, 농협중앙회가 2곳 등이 확정되어 있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주유소 사업에 가세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 당초 대형 할인마트가 석유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입하게 되면 정유사를 견제하고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수 있는 제3의 루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주유소 사업자들은 오히려 더욱 강력한 경쟁자를 맡게 되는 악재에 고민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마트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정유사도 맘이 편한 것 만은 아니다.


마트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데다 독립적인 주유소 네트워크까지 구축한 상태에서 석유 수입 여건이 개선될 경우 정유사를 위협하며 석유 직수입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는 석유대리점 사업에 진출해 있고 자회사인 남해화학에서는 석유수입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를 바라 보는 정유사의 시각이 불안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일본의 전농을 지향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깔려 있는 막강한 석유 유통 네트워크에 자체 브랜드로 석유를 수입하거나 조달하고 유통시킬 경우 주유소는 물론 정유사에도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마트와 농협 등의 병설 주유소 운영 주체들이 한 손은 정유사에 내밀면서 주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또 다른 손에는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유통과 가격 파괴가 특기인 할인마트와 거래하는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 사업자들은 할인마트의 주유소 진출을 우려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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