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과 선택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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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과 선택은 끝나지 않았다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06.06.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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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푸른 물결 (15)
희망의 푸른 물결 (15)
민주주의는 곧 선거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집권세력이 마음에 들면 한 번 더 위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심판해 버린다. 그리고 다른 정당이나 사람을 선택하여 권력을 위임한다.

이번 5. 31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집권세력에 대해 냉혹한 심판을 내렸다. 군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심판이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들이 저지른 과오가 너무나 커서 국민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 타오른다. 여기에다 반성할 줄 모르는 노 정권의 오만함이 기름을 붓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면 한나라당에 지방권력을 몰아준 국민의 선택에 문제는 없는가. 나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균형조차 깨져버린 매우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다. 물론 국민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이외의 다른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정당과 정치인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이 점에서 내가 속한 국민중심당은 역사의 죄인이 되어버렸다. 한나라당의 독식(獨食)을 막고 새로운 대안세력이 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기 때문이다. 잘못된 노선(路線)과 낡은 지역패권에 매달리는 기성정당에 대하여 국민들은 염증(厭症)을 느낀다. 그 공간에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국민중심당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국민의 차가운 외면뿐이다.

모두 나를 비롯한 지도부의 잘못이다.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당원과 당의 이름으로 선거에 나간 후보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길이 없다. 원칙은 단 하나! 당의 운명을 당원과 국민 대중에게 맡기는 것이다.

나는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과 접촉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눈과 눈으로, 가슴과 가슴으로, 대중(大衆)을 만났다. 나는 대중이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흐르면 지형이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선거에서 민의가 분출하면 정치질서가 바뀐다.

이번 선거를 통해 분명한 것은 집권세력이 더 이상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며 분열과 분화가 이루어지리라는 사실이다. 그 분열과 분화의 끝이 어딘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동시에 용량(容量) 이상의 엄청난 민의를 받아들인 한나라당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결국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주리라는 점이다. 민주주의에서 독식은 곧 독약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두려워한다. 심판에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이 이번 선거이다.

그러므로 모든 정당이나 정치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합당한 민의를 받아들여 이를 충분히 소화하고 대변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균형 잡힌 건강한 정치질서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혼란과 고통이 얼마나 혹독할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는 민심의 태풍이 쓸고 간 공간에서 절박한 고뇌에 빠져 있다.

국민의 기대와 당원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당을 참담한 패배로 이끈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책임을 다 할 수 있을까. 당을 어떻게 개혁해야 국민의 믿음을 얻는데 성공할 것인가.

해답은 나의 머리 속에 있지 않고 대중의 가슴 속에 있을 것이다.

나의 운명도, 당의 운명도, 모두 민심의 바다에 맡길 일이다.


2006. 6. 5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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