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병원´ 재탄생하는가.

[미디어 비평] ´종합 병원´ 재탄생하는가.
@P1L@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 TV가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제시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한 이후, 웰빙 중심으로 변화한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이 TV 속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디어가 생활 습관에 영향을 주고 생활 습관이 미디어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 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과 같은 전문적인 의학 관련 교양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SBS ´TV 종합병원´, KBS ´비타민´과 같이 친숙하게 질병의 원인을 분석, 치료법, 예방법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제작되고 있으며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망각하기 쉬운 건강, 웰빙의 주제를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취지의 하나로서 역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평을 받는 반면 지나친 웰빙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한 방송 3사의 건강, 웰빙 프로그램은 처방이 바로 다음 날이면 유행이 될 만큼 미디어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TV는 병원이 되었다. 어느새 TV를 보면 자신의 건강을 진단하고 나에게 맞는 처방전을 갖게 된다. TV는 언제부터 병원이 되었던 걸까. 아직도 사람들은 MBC ´종합 병원´을 기억하고 있다. 친숙하다기 보다 말 그대로 병원을 옮겨 놓은 듯한 드라마는 그 당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사랑 받았다. 지금과 같이 연예인과 전문의가 나와 알기 쉬운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긴박하게 그려지는 생생한 병원의 모습은 또 다른 친숙함을 불러왔던 것이다.
이를 모티브로 지난 몇 년간 드라마 형식이 가미된 건강 프로그램이 제작되었었다. 지금의 건강, 웰빙 프로그램과 같이 연예인이 나와 질병에 대해 논하던 방식은 동일했지만 무엇보다 재연을 통해 병의 진행과정과 치료과정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그려내었다.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 화려한 영상미는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데 역할 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영상 기법과 자극적인 내용이란 평을 받으며 어느새 그 종적을 감추었다.
그 이후 건강, 웰빙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오늘의 방식을 갖추게 되었다. KBS ´비타민´과 같이 건강과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도록 오락적인 시각으로 접근을 시도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는가 한편 生과 死의 갈림길인 병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병마와 싸워 나가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보여주고 시청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메디컬 정보를 제공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병원 24시´와 같은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다.
여기에 MBC는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종합 병원’이 돌아왔다고 할 정도로 의학 정보 다큐멘터리 ‘닥터스’는 병원을 옮겨 놓았다. ‘닥터스’는 탤런트 정보석의 진행으로 ‘응급실 24’와 ‘원.인.불.명’으로 구성, ‘응급실 24’는 24시간 긴박하게 돌아가는 공간으로 생과 사가 오가는 응급실의 모습을 통해 의료진의 생명을 살려내기 위한 사투를 그리며 ‘원.인.불.명’은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질병의 원인과 치료 성공기를 중심으로 꾸며진다.
‘닥터스’의 김진만 PD의 말처럼 ‘닥터스’는 불치의 병이나 갑작스런 사고를 마주할 때만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병원 안팎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리얼리티와 미스터리 기법으로 기존 의학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를 보이는 ‘닥터스’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18일 방송되어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닥터스’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차별화에 있다. ‘응급실24’와 같이 갑작스런 호흡정지로 실려 온 가장, 음독자살을 기도한 남자의 모습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는 응급실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연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꼬박 1주일동안 CCTV 17개와 방송 카메라로 촬영한 응급실의 실제 상황은 종영된 KBS ‘병원 24시’에서 보여주었던 응급실의 모습에서 보다 시청자는 객관적인 입장에 놓이게 된다.
또한 단순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의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미리 질병을 예방하고 대처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제시할 수 있다. 질병에 대해 일시적으로 약물이나 수술의 방법으로 다스리려하거나 민간요법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은 ‘원.인.불.명’을 통해 지나친 의존이 불러오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는 질병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만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한 해 1,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18일 방송분에서도 매일 일상 속에 마시던 약수가 그 안에 있던 원인불명의 생물이 자신의 뇌를 숙주로 삼아 건강을 해친 실례를 통해 상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하였다.
기존의 의학 다큐나 의학 정보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틀을 탈피, ‘닥터스’는 혼합적 구성 프로그램으로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또한 의학 정보 다큐멘터리로서 생사의 기로에선 사람들의 모습을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그려내고 있다. 진료를 받는 입장에서 진행되던 방식에서 의료진으로 기준이 변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구성은 시청자에게 기존과 색다른 방법으로 다가갈 것이다. 또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프로그램들 속에서 ‘닥터스’는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청률 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종합 병원’이 사랑 받았던 이유는 병원의 모습을 옮겨 놓은 드라마여서가 아니라 적절한 정보가 가미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인기 연예인이 나와서 방송을 보았다하더라도 그 안에 유익한 정보는 시청자에게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닥터스’는 위와 같이 ‘종합 병원’, 의학 다큐멘터리, 의학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변형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의 측면에서 보면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이에 앞으로의 행보와 영향력을 기대하며 ‘닥터스’는 월드컵 등 편성변경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어 추후 방송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정혜림 / inyun03@naver.com

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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