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동신대 초빙교수
검찰과 언론이 그 동안 전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매도하였는가, 그런데 지금에 와서 훌륭하다고 보도하니, 나폴레옹을 평가한 프랑스 신문이 생각난다.

나폴레옹은 1813년 러시아 원정에서는 50만 명의 인명 피해를 입고 후퇴하였고, 정복당한 여러 나라가 해방 전쟁을 일으켜 이들과 싸웠으나, 라이프치히에서 패전하였다. 1814년에 파리가 함락되고 그는 엘바 섬에서 수형 당하였다.

1815년 3월 1일 그가 엘바섬을 탈출하자, 그 때 프랑스 신문은 ´역적 나폴레옹이 탈출하다´ 라고 보도했다. 그가 그르노블 근처에서 그를 체포하기 위해 달려온 군인들이 그의 편으로 돌아서자, ‘나폴레옹장군 돌아오다’ 라고 보도했고, 3월 20일 다시 황제에 오르자 ‘위대한 나폴레옹황제 등극하다’ 라고 보도되었는데, 그것과 무엇이 달랐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많은 국민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비통해하고 있다. 그 동안 그는 가족과 측근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는 유서의 문맥으로 미루어 볼 때 일부에서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가 ‘공소권 없음’으로 되기까지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법리적 논쟁이 얼마나 시끄러웠는가. 단순히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종말이 사회에 준 충격은 너무나 크다.

우리 사회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잃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한 개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 기울였던 땀과 노력과 눈물, 그리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에 이루었던 업적은 많은 젊은이의 꿈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정부는 29일 국민장(國民葬)을 치렀다. 유족들 뜻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 유해는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안장되었다.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를 비롯해 전국의 300여개 분향소에는 노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조문객들이 수백만명을 훨씬 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어 모두 커다란 슬픔에 젖어 있지만, 정작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의식을 발휘하여 슬픔을 승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강에서 태어난 연어처럼 수구초심(首邱初心)하였다. 바다를 누비며 살다 죽기 전에 다시 강으로 올라왔다. 살이 해지고 지느러미가 갈라지면서도 연어가 강물과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건 오로지 새끼를 낳고 고향에서 죽음이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역사가 숨을 멈추고 있다. 허공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몸을 망가뜨렸다.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처절한 몸부림이었겠는가.

이제 우리도 서로의 상처를 들쑤시길 멈추고 하나하나 보듬어 아물게 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임자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 자신의 뜻이 아니었더라도 전임자의 비극은 후임자가 져야 할 역사의 굴레이다. 분열된 마음의 대화합을 위해서, 최소한 굴레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라도 후임자가 십자가를 끌어야 한다.

정치와 돈, 지역.학연의 타파, 권위주의 청산 같은 전임자의 공적에 자신의 가치를 더해 더욱 승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불만을 최소화하고 기쁨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사회 각계의 분열을 봉합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임자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며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경의다.

우리는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주변 인물의 비리와 전횡을 초래하고, 새로 권력을 장악한 측은 자신의 집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직의 비리를 캐는 악순환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가 받았다는 돈은 역대 대통령들의 1/10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가 남긴 말,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이 말은 우리의 가슴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깨끗하였고, 가장 서민적인 대통령이었다고, 비록 그는 죽었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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