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 위한 언론법

민주사회 위한 언론법
언론은 국민이 정치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인지의 지도’(cognitive map)에 해당한다. 언론이 진실 보도를 하지 않으면 국민은 마치 잘못 그려진 지도를 들고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나그네와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진실된 언론을 갖지 못하는 국민처럼 불행한 유권자는 없다. 선거에서 후보자 선택조차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와 정치는 그렇게 오도돼 왔다. 친일 언론이 마치 민족운동을 한 것처럼 떵떵거렸다. 자유언론운동을 벌인 기자들을 강제해직 시키고 독재정권에 협력한 언론사가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기라도 한처럼 거짓 역사를 전파시켰다. 왜곡된 언론이 민주정치의 위기를 부를 위험성에 직면해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 상황이다.

국민의 의사소통의 자유와 알 권리를 확립하는 것이 언론 개혁의 궁극적 목표가치다. 언론사 경영의 자유란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가치일 뿐이다. 따라서 언론 개혁은 언론계의 자율성에 맡겨둘 일이 아니고 정치권이 개입해서도 안되며 시민사회가 주도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연대기구인 언론개혁국민행동이 3대 언론법을 입법해 달라고 국회에 청원한 것은 바로 이런 기본 정신에 바탕하고 있다.

언론개혁국민행동이 국회에 입법청원한 신문법 제정안에서는 크게 5대 개선조치가 중요하다. 첫째, 사주의 소유지분을 30% 이내로 제한했다. 언론이 자신의 의도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병폐의 가장 큰 원인은 사주체제다. 황제 같은 사주의 위상이 건전한 대주주의 역할로 제자리를 찾지 않는 한 편집권의 독립은 없다. 이 법안은 편집규약과 편집제작위원회를 실정법으로 명문화했지만, 지금과 같은 사주체제가 그대로 존속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사주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일상적인 편집 제작에 간섭하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나 총선거, 남북관계나 국가보안법 폐지 등과 같은 중대사안일수록 사주의 의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우리 헌법 제23조 2항은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제119조 2항은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둘째,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1개 신문 30%, 또는 3개 상위의 신문 60% 이내로 상한선을 두었다. 이는 신문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셋째, 국민의 신문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공공재원으로 뒷받침하는 신문유통공사를 두기로 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자신이 사 보고 싶은 신문이 있어도 신문사가 전국적 판매망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 신문을 접할 수가 없다. 심지어 중고교의 논술교육과 시사교육의 자료 노릇을 하는 것도 자본력이 커서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진 보수신문 뿐이다. 국민 2세의 교육마저 다양성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신문발전기금을 설치해 사양길로 들어선 신문산업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새 신문법이 규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다섯째, 국민여론이 소수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조정 역할을 하기 위해 신문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시장점유율 제한을 지키는 신문에 대해 기금을 지원하는 등 여론의 다양성을 키우는 정책기구다.

시민단체가 입법청원한 방송법 개정안 역시 소유지분을 현행 30%이내에서 15% 이내로 강화하고 소유와 경영, 그리고 편성제작권의 분리를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3년마다 실시되는 재허가 심사를 실질적으로 해서 방송의 사회적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가면 그것이 바로 방송개혁으로 연결될 것이다.

언론피해구제법안은 주요 단체에 상담소 설치와 신속한 재판, 그리고 고의 뿐아니라 과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도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가중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일선 언론인들의 의사를 존중해 제안이유에 선언적으로만 포함시켰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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