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흑룡강성(黑龍江省) 초청으로 경제인들과 함께 하얼빈을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안중근(安重根)의사 기념관, 조선족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조선족 제일중학교에 들렀다.

우리 일행들은 민족교육을 잘 시키고 있는 김영석 교장선생에게 조금의 기부를 했는데, 우리에게 감사하다면서 학교 식당에서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 이 학교를 방문한 사람 중에 특히 이름난 사람은 한류스타 이영애였는데, 그녀가 우리 돈으로 2천만을 기부하였다.

교장선생께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부한다는 300억원을 언제 냅니까” 물어보기에 “대통령이 낸다고 했으니 언젠가는 내겠지요”라고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만일 낸다면 우리 민족을 위해 써주셨으면 좋겠으며, 우리 학교도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시기였음에도 뜻 있는 기업인의 기부활동을 통해 이뤄낸 한 사례였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경우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사회의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는 분들의 남다른 솔선수범(率先垂範)은 단지 아름다운 일로 남기보다는 사회발전에 큰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정기적인 기부보다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나 극빈층에 대한 동정에서 나오는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자들은 연말연시에 독거 노인들이나, 고아원 등을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많은 부를 축적한 계층의 기부활동 참여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비록 소액이지만 정기적으로 기부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도 많아야 하며, 다수 고액기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함께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점차 확산하고 있고 일상생활에 정착되고 있으나 아직은 선진국들보다 뒤쳐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와 자원봉사 참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민 1인당 기부액은 11만원이지만, 2006년 미국은 1인당 113만원에 달해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관습 차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기부 문화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가 보통 사회활동을 할 경우 경조사비로 연 2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 일반인들이 기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반인보다 부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유산 기부와 개인 고액기부가 한국 사회에서 제일 커져야 할 부분이며, 기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부자´가 아닌 ‘자선가(慈善家)’가 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선진국의 기부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사회 지도층이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부호 자리를 다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과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게이츠 전 회장은 1996년 자선재단을 창립해 기부금 보유액은 작년 기준으로 351억달러에 달했으며, 버핏 회장은 2006년 게이츠 재단에 300억달러 등 당시 가치로 총 374억달러의 주식을 단계적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무엇보다 많은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의 기부활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환경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분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흠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귀중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훌륭한 결정에 대해 존경을 보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인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사회환원은 환영할 일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민간, 특히 개인기부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 기부문화 정착에 필요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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