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터너. CNN 창설자로 AOL을 합병한 타임워너 회장으로 미국 미디어 재벌의 거물이다. 

테드 터너가 오늘날 CNN의 전설을 우연히 만든 것은 아니다. ABC와 NBC, CBS로 분할지배하던 미국 방송시장의 거대한 틀을 깨고 CNN을 세계적 매체로 키운 CEO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CNN만 보고 있을 뿐 테드 터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데 테드 터너가 바로 ´블루 오션´을 본 CEO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처음 보았던 3개 방송사의 경쟁시장은 그야말로 ´레드 오션´이었다. 그 치열한 경쟁시장은 자칫하단 패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무한경쟁구도였다.

테드 터너가 그 경쟁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방송시장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모방이었다. 모방이란 ABC가 만든 프로그램을 CBS가 베끼고 이를 다시 NBC가 모방하는 시차의 차이일 뿐 상호간 유사한 프로그램과 뉴스를 갖고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피로 물들이는 ´레드 오션´이었던 것.

테드 터너는 여기서 ´블루 오션´을 생각했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의 기본 컨셉은 뉴스와 세계였다.

테드 터너는 누구도 깰 수 없을 것 같았던 미국 방송3사의 틀을 깨려면 뉴스에 올인한다, 그리고 미국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으로 간다는 것 두 가지를 깊이 생각했다.

그래서 24시간 뉴스채널 개념을 만들었고 케이블TV의 한계를 인공위성이라는 플랫폼으로 극복했다.

테드 터너는 막연히 머릿속의 관념으로만 ´블루 오션´을 생각하지만 않았다. 그 ´블루 오션´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전략을 짜내기 시작했다.그것은 미국 3개 거대 방송사가 생각지도 못했던 전세계 지역, 특히 오지지역까지 망라한 특파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었다. 당초에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주위의 참모들조차 시장성이 없다고 만류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테드 터너는 자신만의 믿음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아버지는 정작 그 꿈을 이루자마자 허탈감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권총으로 자살해 버린 것이었다. 아버지 터너는 아들에게  ´불가능할지라도 꿈을 가져라´ 라는 말을 남겼다.

이룰 수 있는 꿈은 누구나 갖는다.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하면 경쟁자는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 여기서 조금만 창의성을 갖고 투자하면 불가능했던 꿈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테드 터너는 이말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CNN을 창설한 지 얼마 안되어 걸프전이 터졌다. 미국 3대 방송사는 허둥지둥 방송시간을 때우느라 정신없을때 CNN의 피터 아네트 기자는 인공위성으로 걸프전장을 생생하게 전세계에 타전하고 있었다.

굉음 속에 타오르는 검붉은 화염, 겁에 질린 이라크 시민들, 미사일이 떨어질 때마다 흔들리는 ENG카메라 화면, 피로 물든 전장을 커피를 마시며 지켜보는 펜터곤의 지휘본부, 어디 이 정도의 흥진진한 드라마가 있을 수 있을까.

아네트 기자는 그저 ´또 폭음이 들립니다. 아! 여기로 탱크가 달려옵니다´라는 짤막한 리포트만 해도 시청자들은 전장 드라마에 손에 땀을 쥐었다.

그 후에도 CNN은 금언을 증명하듯이 곳곳에서 특종을 날렸다. 그런 명성이 쌓여서 오늘날의 CNN이 되었다. 지금은 전세계에 특파원 1000명을 파견해 놓고 있다. 어느 방송사도 이제는 그 인프라를 구축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규모다.  CNN을 보더라도 ´블루 오션´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창의적 발상과 과감한 투자이다. 어느 하나가 빠질 때 그것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관념 속의 ´블루 오션´은 그야말로 철학적 사변일 뿐이다. ´블루 오션´은 남에게 강요하는 가치가 아니라 내 스스로 실천하는 강령이다.

이를 실천에 옮기고 타이밍 맞는 투자가 결합될 때 ´블루 오션´은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꿈이라고 여겨지더라도 그 꿈을 가져야한다.

죽을 때까지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무덤 앞에 이를 때까지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테드 터너 부친의 유언은 미디어 전쟁에 돌입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 있으면 적어도 내인생이 다하기 전에 스스로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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