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주유소협회 김동암 회장]

 


노마진 전략, 주유소 생존권에 치명적
부당 염매 공정위에 조사 의뢰 추진


 


주유소협회 김동암 회장
마트 주유소 대응 방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주유소협회를 찾은 지난 4일, 사업조정신청과 관련한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을 방문하고 막 돌아온 김동암 중앙회장을 만났다.


중소기업청의 정책국장을 면담하고 왔다는 김동암 회장은 사업조정제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사업조정제도란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소 유통업체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고 판단될 경우 중소기업청에서 사업 개시 등을 연기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중소기업청에서 주유소 사업자들의 사업조정신청을 받아 들이기 되면 대형 마트 주유소의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김동암 회장은 마트 주유소의 부당 염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마트 주유소 진출의 부작용에 대해서 정부 설득을 계속하겠지만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전국 모든 자영 주유소 사업자들이 영업권을 반납하며 사업을 포기하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암 회장을 만나 마트주유소가 주유소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들어 봤다.


 


▲운영중이거나 연내 오픈 또는 인허가 작업이 진행될 마트주유소 현황은 어떤가.


- 협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유소는 용인 이마트 구성점과 통영 이마트 통영점, 구미 이마트 포항점, 포항 롯데마트 포항점, 경기도 고양 하나로마트 까지 5곳이 운영중이다.


다만 주유소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전남 순천의 이마트와 경기도 수원시 하나로마트 2곳의 사업이 반려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곳은 전북 군산시 이마트 군산점과 경북 구미시 이마트 등 2곳으로 현재 중소기업청의 현장조사가 완료된 상태다.


또 지자체가 대형 마트와 주유소간 이격거리를 설정하는 등록고시를 제정하면서 사업추진이 중단된 곳이 롯데마트 울산점과 통영점 등 9곳에 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과 인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은 사업추진이 계획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운영중인 마트 주유소나 사업 추진이 보류된 경우, 추가적인 사업 추진이 진행중인 곳을 합하면 전국적으로 약 20여곳에서 마트주유소가 들어섰거나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당초 지식경제부가 연내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던 마트 주유소의 수와 맞아 떨어지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그 외에도 수십여곳의 마트 주유소 진입이 예고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27일 지식경제부는 대형마트 주유소와 관련한 관계관 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18개 시군구 담당자들의 명단을 확인한 결과 경기도 안산, 양주, 안성, 의정부, 이천 등은 그동안 마트 주유소 진출 예정지로 언급되지 않았던 곳들의 지자체 공무원들까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지역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연내 50여곳의 대형마트 주유소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형 할인마트와 주유소간 이격거리를 제한하는 고시를 제정하고 있는데 그 기대효과는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는지.


- 주유소 등록 고시에 대규모 점포와 주유소간 이격거리를 설정한 지역은 경남 통영시, 울산 남구, 경북 영천시, 대구 남구, 전북 전주시, 충남 천안시, 대구 북구, 대구 달서구, 전북 익산시, 충북 청주시, 전남 여수시, 대전 유성구, 강원 강릉시, 경남 양산시, 광주 광산구, 경북 문경시 등 모두 16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격고시 고시로 대형마트 병설주유소가 중단된 곳은 울산 남구 롯데마트 울산점, 경남 양산 롯데마트 양산점, 전북 전주 롯데마트 전주점, 대전 유성 롯데마트 천천점, 울산 남구 롯데마트 울산점, 전남 여수 롯데마트 여수점과 여천점, 광주 광산 롯데마트 첨단점, 경남 통영 롯데마트 통영점 등 9곳에 달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마트 병설 주유소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직접적인 제한을 둘 수 있는 수단은 이격거리를 두는 방식이 유일하다.


협회에서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도 20여곳의 지자체에서 이격거리를 설정하는 방안을 고민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27일 대형마트 주유소가 추진되고 있는 지역의 석유 담당 공무원을 불러 모아 주유소등록 고시안에 대형마트와 주유소간 이격거리 규정을 제정하는 근거를 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풀이하자면 중앙정부에서는 대형마트와 주유소간의 이격거리가 만들어질 경우 마트 병설 주유소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고시 제정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식경제부에서는 대형마트의 주유소 사업 진출을 사실상 독려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주유소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 지자체 고시 등에 근거해 대형마트와 주유소간 이격거리 제한을 두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주유소 등록권한이 시·군·구청으로 위임된 올해 5월 이전에도 대구광역시, 제주도에서는 자체 고시를 근거로 이격거리 제한을 설정해 왔다.


특히 주유소 등록 권한이 기초 지자체로 이관된 지난 5월 이후 지식경제부는 전국 일선 지자체 석유 담당 공무원 교육을 실시했는데 당시 교재에서는 ‘타 법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이라도 도시계획, 도로사정, 환경여건 등 지역 실정을 고려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추가 등록요건으로 정할 수 있다’고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대법원은 석유판매업 등록거부 취소소송(대판 98.9.25. 98두7503)에서 관계 법령이 없는 경우에도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중앙정부인 지식경제부가 일선 지자체를 대상으로 이격거리 설정에 대한 고시 제정 근거를 따지는 것은 대기업인 대형마트의 입장을 정부가 나서서 대변해주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우리 주유소업계로부터 정책 불신을 초래하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대기업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과 달리 마트 주유소는 중앙 정부가 오히려 권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소 유통업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때 사업 개시를 연기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사업조정신청을 받아들일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지식경제부 산하의 중소기업청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장이 이중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대형마트주유소 동향


▲대형 마트 주유소의 부당염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주유소 이격거리 제한을 두는 고시 제정이나 사업조정신청 이외에도 주유소협회에서는 대형마트주유소의 부당염매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당염매에 대한 처벌 사례가 극히 적고 검토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 특히 부당염매를 통한 집중 행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차적으로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원가를 상회하는 판매가격을 내거는 경우라도 원가에 판매관리비 등 유통비용을 포함시킨 총 판매 원가를 설정하고 그 이하로 판매할 경우 부담염매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부당염매행위로 재차 적발될 경우 매출액의 2~3%에 해당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경우 가해자에게 입증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염매행위를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01년 대법원은 모 대기업의 부당염매 행위와 관련한 판결에서 총판매원가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제조원가와 판매경비, 일반관리비를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마트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미끼상품으로 내세워 마진을 포기한 체 공급받는 원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충분히 부당염매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으로 주유소협회에서는 이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에 나서겠다.


또한 주유소협회 회원사들에 대해서도 부당염매 신고서를 만들어 공정위에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 말씀하신 것 처럼 염매(廉賣)는 물건을 싼 값에 판다는 의미로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한 것이 아닌가.


- 이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마트 주유소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결국은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프랑스 등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마트주유소가 등장한 이후 전체적인 주유소 수는 줄어 들고 있다.


또 주유소중 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고 일반 주유소는 감소하는 추세다.


마트주유소가 시장을 장악한 이후부터는 경쟁이 오히려 줄어 들고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생리상 작은 기업과 경쟁하는 초기에는 마진을 포기한 체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다른 상품에서 이윤을 올리는 전략을 채택한다.


유럽의 경우에도 시장 진입의 초기에는 기름은 단순한 ‘미끼상품’의 성격이 짙었는데 마트주유소가 전체 주시장의 55%를 넘어서게 된 2004년경 이후부터는 ‘이윤극대화 상품’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국토 면적이 넓은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의 마트 주유소들이 도심 외곽에 설치, 운영되고 있어 도심지에 위치한 일반 자영 주유소와의 경쟁 구도가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대형마트는 도심지 중심에 설치되고 있고 바로 이웃한 중소 자영 주유소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되면서 생존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만큼 자영 주유소의 시장 퇴출은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수많은 자영 주유소 사업자들이 문을 닫게 되고 마트 주유소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름은 ‘미끼상품’에서 ‘이윤 극대화 상품’으로 바뀌게 되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기름값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로 마트 주유소의 부당염매에서 출발하는 당장의 기름값 인하 효과 보다는 장래에 떠안게 될 더 큰 부담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마트주유소가 이미 들어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 같은 강경한 대응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통영을 비롯해 마트주유소가 들어선 지역의 주유소들의 매출은 평균 35%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 지역 주유소 운영자들의 불만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주유소당 평균 5, 6명에 달하는 고용 인력들은 직장을 잃게 생겼고 주유소를 폐업하려고 해도 시설물 철거와 환경정화 같은 작업에 엄청난 비용을 또다시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집단행동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주유소협회 중앙회에서는 정부 당국과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며 만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계속 마트 주유소를 독려하고 부당 염매 행위를 멈추지 않게 되면 주유소 업계 전체가 영업권을 반납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전국 곳곳에 마트 주유소가 들어서고 자영 주유소들이 기름을 정유사로 부터 공급받는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유 인력을 고용하고 각종 관리비를 들여 영업을 하는 것 자체가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영업을 중단하면 인건비 같은 영업 관리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주유소 폐업을 무기로 정부를 협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대로라면 주유소가 문을 열고 고객을 맞을 이유가 없게 된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와 대화의 창구를 열어 놓되 마트 주유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영업권을 반납하고 기름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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