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여행…경북 군위군 한밤마을을 가다

깊어가는 가을, 남들과는 다른 한적한 시골길에서의 여행을 꿈꾼다면?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한밤마을은 ‘내륙의 제주도’라 불릴 만큼 많은 돌담길, 700여년을 이어 내려온 고택, 10여채의 재사(齋舍)들이 고향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주는 전통마을이다.


△ 마을 앞에 세워진 쇳대 [사진=JTN]

한밤마을이란 명칭은 950년경 부림 홍 씨의 입향조 홍란이란 선비가 이곳으로 이주해오면서 ‘심야(深夜)’ 또는 ‘대야(大夜)’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한다.


△ 팔공산 산자락에서 한 할머니가 나물을 팔고 있었다 [사진=JTN]

이후 1390년경 홍 씨의 14대손인 홍로가 ‘밤 야(夜)’ 자는 좋은 뜻이 아니라며 이두표현법을 빌어 ‘밤 율(栗)’ 자로 고쳐 ‘대율(大栗)’이라 칭하면서 오늘날 ‘한밤마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을에 밤나무가 심어지기 시작한 것도 ‘대율’로 명칭이 바뀐 이후부터라고 한다. 마을에 밤나무가 많아서 ‘한밤마을’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 한밤마을의 돌담길 [사진=JTN]

한밤마을에는 돌담이 참 많다. 돌담하면 제주도가 먼저 생겨나지만 이곳 돌담길은 한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버거워 보이는 좁은 골목길에 마치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돌담이 수도 없이 이어지는 점이 특징.


△ 정겨운 고택 [사진=JTN]

이곳에 돌담이 많이 생기게 된 것은 지난 1930년대 팔공산 자락을 휩쓴 대홍수에서 비롯된다. 당시 마을 가옥의 반이 날아갔을 정도로 그 피해는 엄청났다고. 모든 삶의 터전을 잃은 마을 사람들에게 남은 것들은 그곳의 지반을 이루던 ‘돌’ 뿐이었단다.


△ 고택 곳곳에도 돌상들이 많았다 [사진=JTN]

이에 마을 사람들은 돌을 처치하기 위한 대책으로 자신의 집 둘레에 돌담을 쌓기 시작했다. 워낙 돌이 많았기 때문에 겹겹이 쌓을 수밖에 없었고 골목길은 극도로 좁아졌다.예전에는 돌담길 폭이 더 작았다고 한다. 지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우마차 등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길을 확장하는 사업이 실시됐다.


△ 고택 안쪽에는 독들이 많았다 [사진=JTN]

하지만 지금 이곳 돌담길은 독특한 풍광으로 인해 외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됐다. ‘전화위복’이란 경구 그대로 마을 주민들의 슬픔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돌담길이 이제는 그들의 생계수단이 되고 있는 것.


△ 붉은 고추를 말리는 모습 [사진=JTN]

70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유교문화권의 발자취를 이어온 양반고택들도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돌이 많은 지형인 만큼 고택 곳곳에 돌조각들이 놓여 있어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한다.


△ 고택 풍경 [사진=JTN]

돌담길을 걷고 고택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산도 바다도 아닌 그저 단순한 마을 하나지만 바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마음의 휴식과 안정을 가져다준다.


△ 마을을 돌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JTN]

마을 곳곳을 지날 때마다 발견되는 산수유 밤 대추 감 등 나무 열매들이 향수를 더한다.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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