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입양 여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리틀 이영애’ 김새론 열연에 세계가 주목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됐던 소녀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 편을 들고 한국을 다시 찾아왔다.

1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여행자’(제작 디씨지플러스)의 언론시사회에서 우니 르콩트 감독은 무대 인사를 하다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객석에 앉은 취재진과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한 촬영은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 우니 르콩트 감독 [사진=JTN]

그때까지는 몰랐다.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 ‘여행자’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홉 살 소녀 ‘진희’가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프랑스로 입양되기까지의 과정을 진희의 시각을 통해 풀어내는 성장영화다.

영화 ‘밀양’ 개봉으로 프랑스를 찾은 이창동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우니 르콩트 감독을 만났고 그녀가 건넨 시나리오에 반해 직접 제작자로 나서게 됐다고 한다.

당시를 회상하며 르콩트 감독은 “원래는 그냥 아버지를 잃은 프랑스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쓴 시나리오가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차라리 내가 프랑스로 입양되기 전 잠시 머물렀던 고아원 이야기를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의 구상과정을 설명했다.

결국 자신의 슬픈 기억을 영화에 담게 된 감독.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나라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텐데도 그녀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간결한 카메라 워킹과 섬세한 연출로 가슴을 울리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 아역배우 박도연 [사진=JTN]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현지에 공개되자마자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관객과 평단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연이어 초청되며 세계무대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여행자’란 제목은 여행을 가는 줄로만 알고 있던 아이가 아버지와 이별하고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는 플롯을 함축한다. 나아가 고아원 역시 여행중 잠시 거쳐 가는 장소였을 뿐, 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게 된 아이가 다른 부모를 찾아 낯선 나라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나야 함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르콩트 감독은 변화하는 소녀의 감정을 담담한 필체로 풀어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녀가 희미한 기억 속에 멜로디만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동요 ‘작별’과 ‘고향의 봄’, 그리고 아이의 아픈 마음을 표현한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 삽입곡들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 아역배우 김새론 [사진=JTN]

진희 역을 맡은 김새론 양의 연기력 또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리틀 이영애’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외모의 김새론은 놀라울 정도로 절제되고 섬세한 감정연기로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고. 영화를 보는 내내 목소리 떨림, 눈빛 하나하나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이 아이 보통이 아닌데’란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김새론은 아버지와 친구들로부터 상처 받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한 겨울에 스스로 땅을 파 그 속에 들어가는 힘든 연기도 해야 했다. 분명 어린 나이의 배우가 소화해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장면이었을 텐데도 그녀는 성인 못지않은 연기투혼을 발휘, 감정의 극대화를 이끌어냈다.

이 장면에 대해 르콩트 감독은 “어린 새론 양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아동심리 전문가를 불러 상담과 촬영을 함께 진행해야 했다고. 감독은 “땅에 묻히는 장면은 상처를 받은 진희가 죽음을 상징적으로 생각하는 장면이자 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끼게 되는 장면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 아역배우 고아성 [사진=JTN]

영화 ‘괴물’에 출연했던 배우 고아성의 열연도 눈길을 끈다. 그녀는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한 쪽 다리에 장애까지 있는 ‘예신’ 역으로 분했다.

고아성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매료돼 직접 오디션에 참여하는 등 출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고. 마치 진짜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그녀는 촬영 후 “내 연기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톱배우 설경구와 문성근의 우정출연도 반갑다. 설경구는 ‘진희 아버지’로 분해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여행자’는 오는 29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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