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의 진화…“인류 멸망은 결코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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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를 그린 또 한 편의 영화 ‘2012’가 3일 서울 영등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지난 9월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주연배우 존 쿠삭의 방한으로 눈길을 끌었던 탓에 시사회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무대인사가 없는 외국영화임에도 많은 영화 관련 취재진과 평론가들이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할리우드발´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 그 외용만큼이나 영화는 지진 화산 폭발 해일 등 각종 재난을 한 화면에 담으며 기존 영화들을 뛰어넘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등 90년대 나오기 시작한 지구 종말 관련 시나리오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더니 ‘2012’에 와서 비로소 완성된 느낌이다. 게다가 ‘인디펜던스데이’, ‘투모로우’를 연출한 재난영화의 거장 에머리히 감독이 내놓은 ‘재난 3부작’의 결정판이니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을 터.

물론 이 같은 진화가 스토리면에 있어서의 진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과의 불협화음(?)으로 지구가 위기에 처하자 평범한 가정의 가장 ´잭슨 커티스´(존 쿠삭 분)가 전처인 ´케이트´(아만다 피트 분)와 아들, 딸을 데리고 마지막 인류를 실은 함대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류애적 감동 스토리와 강대국 중심의 세계관은 이번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빛을 발하고 있다.

‘2012’란 제목 그대로 영화가 가까운 미래인 2012년 12월21일, 지금으로부터 약 3년 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이날이 선택된 이유까지 알게 된다면 그 공포심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약 5천년 전 고대 마야 문명인들은 5천126년마다 지구의 주기에 따른 달력을 제작했는데, 그 주기가 끝나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들이 표기한 달력의 마지막 날이 바로 2012년 12월21일이라는 것. 이는 중국의 ‘주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역을 수리적으로 분석한 그래프에 따르면 4천년에 걸친 인류사의 변화와 일치한다고. 이 그래프는 정확히 2012년 12월21일 끝이 난다.

뿐만 아니라 1982년 발견된 노스트라다무스의 그림예언, 주식시장의 변동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웹봇’ 등이 인류의 멸망 시점을 정확히 이날로 지목하고 있다는 설(說) 역시 ‘2012’가 만들어지게 된 단초를 제공했단다.

이런 이야기들을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해온 과거 SF영화들과는 달리 요즘 재난영화들은 근(近)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화되는 지점은 존재한다.

이제 관객들은 백악관이나 에펠탑이 무너지는 장면에 더 이상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이 취소되는 등 지금과 결코 멀지 않은 시점에 벌어지게 될 비극적 현실들을 스크린을 통해 접하게 되는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공포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G8(주요 8개국)’으로 대표되는 강대국들이 몇년 전부터 인류 멸망에 관한 경고메시지를 알고 있었음에도 힘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승선자를 결정하는 함대를 비밀리에 조직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다소 비판적으로 다가온다.(어쩌면 그 자체가 감독의 의도일지도)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평범한 소시민들, 약소국 국민들은 그냥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이 나머지 인류와 함께 죽음을 맞는다고 해서 쉽사리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배경이 되는 티베트 지역의 승려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동양의 철학을 전달하지만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권의 영화 티저포스터에만 해일에 뒤덮인 지구를 바라보는 티베트 승려의 뒷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관객 1천만명을 돌파, 올해 영화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한국 영화 ‘해운대’와 비교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 또 하나의 재난 블록버스터가 연말 국내 극장가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2012’는 오는 13일 개봉된다.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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