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각본.연기 삼박자 고루 갖춘 ‘웰메이드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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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박신우/제작 시네마 서비스/135min/청소년관람불가/개봉 11월19일 **

또 한편의 매혹적인 스릴러가 탄생했다.

손예진 고수 한석규 세 배우의 결합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영화 ‘백야행’. 일본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탄탄한 스릴러 구조와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야행’은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14년 전 일어난 한 남성의 미해결 살인사건. 각각 피해자와 용의자의 자식인 ‘김요한’(고수 분)과 ‘유미호’(손예진 분), 그리고 14년째 이 사건에 집착해온 형사 ‘한동수’(한석규 분).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세 사람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나열하듯 보여주더니 마치 모자이크를 완성해나가듯 하나하나 비밀의 조각들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백야행(白夜行)’을 그대로 풀이하면 ‘하얀 어둠 속을 걷다’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하얀 어둠이란 늘 어둠 속에 숨어사는 주인공 요한, 그리고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지만 마치 태양과도 같아서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존재 미호를 암시한다. 결코 하얀 어둠이란 존재할 수 없듯 요한과 미호의 비극적인 운명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작용하는 것.

미호 역의 손예진과 요한 역의 고수는 극중에서 각각 화이트와 블랙톤의 의상을 주로 입고 나오는 등 스타일리쉬한 비주얼을 선보이며 그런 상징성을 뒷받침한다.

이제는 충무로 기성배우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진 한석규와 손예진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거니와 5년여만에 스크린을 통해 컴백한 고수의 변신이 눈부시다. 실제 요한이로 살기 위해 4~5개월간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는 그는 (몇 마디 안 되는) 대사보다는 강렬한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인물의 내면심리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표현해냈다.

한동수 형사로 대표되는 관찰자적 시점은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매력을 선사한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마련. 하지만 ‘백야행’은 사건을 캐는 동수와 미호의 과거를 뒤쫓는 비서실장 ‘이시영’(이민정 분)의 눈을 통해 철저히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미호와 요한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동수와 시영의 시점이 교차하는 순간 비밀은 수면위로 드러난다.

외피는 스릴러지만 미호와 요한의 사랑이 주된 테마임에도 정작 두 사람은 극중 만날 일이 별로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하지만 영화는 함께할 수 없지만 언젠가 함께할 날만을 기다리며 불행한 현실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삶을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보여주며 가슴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전달한다.

눈앞에 상대역이 없는 상태에서 멜로연기를 펼쳐야 했던 손예진과 고수는 “상상 속에서 상대방을 그리면서 연기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남녀주인공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고 스킨쉽을 하는 것만이 멜로가 아니다. ‘백야행’은 오롯이 배우들의 상상력에 기댄 감정선만으로도 충분히 멜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미호와 요한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신은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영화’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박신우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 또한 놀랍다. 무려 3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2시간 남짓 영화로 옮기는 일이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감독은 뛰어난 편집과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극도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무대인사에서 한석규는 “영화는 하나의 추억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관객들마다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분명 다를 것. 하지만 ‘백야행’은 올 한해 개봉한 한국영화중 감히 ‘최고’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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