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스영화제 4개 부문 석권…던컨 존스 감독의 ‘특별한 한국사랑’ 화제

▲ ⓒ JTN뉴스


** 감독 던컨 존스/배급 ㈜영화사 구안/97min./12세관람가/개봉 11월26일 **

오랜만에 만나는 영국산 SF영화 ‘더 문(The Moon)’이 국내관객들을 찾아온다.

지난달 13일 스페인에서 폐막한 ‘제42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영국의 전설적인 로커 데이빗 보위의 아들 던컨 존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유럽권에서 내로라하는 ‘한국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 그는 영화 곳곳에 한국에 관한 것들을 심어놓아 눈길을 끈다.

‘루나 인더스트리’라는 가상의 글로벌기업 소속으로 미래의 에너지원인 헬륨-3를 달 표면에서 채굴, 지구에 공급하는 일을 맡은 주인공 ‘샘 벨’(샘 락웰 분). 영화는 그가 달 기지에서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극중 주무대라 할 수 있는 달 기지의 이름이 ‘SARANG-사랑’인 것. 샘은 가슴과 어깨 부분에 ‘사랑’이란 한글과 태극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다.

이렇게 한국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영국 SF영화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존스 감독은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박찬욱 감독에 대한 존경의 뜻을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란 영화를 봤다"면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이라 존경심의 의미로 한국에 관한 것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 시간상의 문제로 장면이 아닌 ´사랑´이란 글자를 사용하게 됐다는 것.

"외국인이 봤을 때 사랑은 신비로운 단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이 미래의 글로벌 우주개발기업이 될 것’이라는 감독의 생각도 반영됐다.

존스 감독은 ‘루나 인더스트리’가 한국과 미국의 합작기업이라는 설정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가 상상하는 미래에는 한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주산업 강대국이다.

샘이 지구의 회사와 영상 메세지를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한국과 미국 배우들이 동시에 회사임원으로 출연한다.

한글로 된 ‘사랑’이란 기지 이름은 3년간에 달에서 생활해온 나머지 지구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 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샘은 3년 동안의 달 근무를 마치고 2주 뒤면 그리던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사고들로 심신이 피폐해져만 간다. 이어 서서히 복제인간(클론)과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기존의 많은 SF영화들에서 클론이란 존재는 인간의 미래를 위협하는 악(惡)으로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존스 감독은 인간에 의해 한번 쓰고 버려지는 클론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생명윤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첨단기술로 무장된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닌 인류애가 사라져버린 지구인들을 그리며 앞으로 다가올 우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

그로 인해 ‘더 문’은 ‘SF액션’보다는 ‘휴먼드라마’에 가까워지게 됐다. 전자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미래의 달 표면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우주인들의 발걸음과 함께 흘러나오는 경쾌한 록앤롤 OST 또한 매력적이다. 오는 11월26일 개봉.

JTN평점 ●●●◐○

JTN 현화영 기자
Copyrightⓒ2009 JTN all rights reserved.

《기사제보 press@jtn.co.kr》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