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행복합니다´...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진정한 행복이란
현빈, 이보영 주연의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상영 이후 약 1년만이다.
고(故) 이청준 씨의 단편소설 ‘조만득 씨’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소름’, ‘청연’으로 잘 알려진 윤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3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는 윤 감독을 비롯해 현빈과 이보영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년만의 개봉이어서 그런지 세 사람 모두 무척 긴장된 모습이었다.
영화는 ‘나는 행복합니다’란 제목과는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의 힘겹고 어두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도박 중독자 형 때문에 과대망상증이란 흔하지 않은 정신병에 걸린 ‘만수’(현빈 분)와 직장암 말기 아버지, 그리고 늘어가는 빚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고통스러운 정신병동 수간호사 ‘수경’(이보영 분)이 전하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
만수는 삶의 무게가 버거워 현실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지만 병원에 있는 자신이 행복하기만 하다. 수경은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힘들지만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 혼자가 되는 것은 더 무섭다. 하지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만수를 보며 환자에게 도움을 줘야할 입장임에도 오히려 그에게 위로를 느끼게 된다.
러닝타임 내내 역설적으로만(사실은 불행한 두 주인공) 흐르는 이 행복론은 가만히 보고 있기가 힘겨울 정도로 관객들에게는 고통을 선사한다. 영화가 너무 어둡고 무거운 나머지 엔딩장면에서의 진한 여운을 뒤로 하고서라도 흥행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윤 감독은 이런 고통에 대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 만수가 힘든 치료 끝에 퇴원을 하게 되면, 아버지가 죽고 나서 수경이 조금이라도 후련함을 느낀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라고 되물었다. 감독은 행복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윤 감독은 “삶이란 것은 때로는 무심한 듯 흘러간다”면서 “두 사람이 끝까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힘겨운 현실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라며 영화에 내포된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현빈과 이보영의 내면연기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크랭크인 당시 ‘미남 미녀 배우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게 사실. 하지만 영화에서 현빈은 삐죽삐죽 더벅머리에 지저분해 보이는 점퍼를 입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걸으며, 이보영은 헝크러인 머리에 창백한 얼굴, 심하게 부르튼 입술을 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은 모두 초점이 없는 흐리멍텅한 눈빛을 하고 있다.
‘인생 막장’, ‘폐인’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분장을 한 두 사람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고통 그 자체의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배우로서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은 어디갔냐”는 한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이보영은 “촬영 당시에는 수경이란 인물 그 자체가 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답했다. ‘이번에는 연기를 제대로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외모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는 것.
현빈은 “연기변신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 작품을 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도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매 작품마다 연기 변신을 꿈꾸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리고 “이청준 선생님 원작소설을 읽으며 무거운 내용인데도 계속 웃음이 나는 것을 보고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아보자. 그래도 내 삶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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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N 현화영 기자 / 사진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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