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실망시키고 사회에 부정적 영향” VS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의견 발표, 부적절“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놓고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촉발된 논란에 19일 변호사단체들이 가세했다. 정치권도 공방을 이어갔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김평우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법리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물론 사회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공용물의 손상이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이루어져서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든가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것이 공무집행 중이었다고 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또 국회 내에서의 폭력에 대하여는 일벌백계하여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의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관의 독립성은 “정치적 압력이나 조직 내부의 압력 등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하여야 함은 물론 자기 자신의 개인적 성향이나 소신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이번 판결은 법관 스스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채, 개인의 소신을 관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득력도 없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 않은 논리를 전개하였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모든 국민은 해당 판결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있다”면서 “‘판결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사법권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대법원의 반응도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다수의 국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판결은 결국 법관 및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변협에서는 사법부 개혁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정치적으로 지극히 편향되었고 사법부의 독립을 누구보다도 옹호하여야 할 단체가 스스로 그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며 “변협은 입장 발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변 백승헌 회장은 즉각 논평을 내고 “매우 민감한 사안에 관해 그것도 법원과 검찰, 언론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드러내는 의견 발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특히 변협이 회원들에게 18일 판결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낸 뒤 하루만에 성명서를 발표한 점을 들어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의도가 포함된 설문조사를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설문조사 회신이 다 오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비난성 성명을 냄으로써 회원들의 다양한 의사를 무시하고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고 비난했다.

백 회장은 “전국의 모든 변호사들이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법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회원단체인 만큼 변협이 명의의 의견 발표를 할 때는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법개혁을 놓고 논란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존립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법원 수뇌부는 사사로운 인연을 넘어서 사법부를 살리기 위한 대의로, 내부 개혁의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겨냥, “배타적 이해관계와 편향된 세계관, 폐쇄적 이념을 비밀결사처럼 공유하는 사조직을 공조직에서 들어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사법개혁 주장은 “법원이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장기집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법원마저 수구의 물을 들이고 말겠다는 얘기”라며 “검찰과 경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더니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마저 충성 서약을 받겠다는 태도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법원의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결정과 강기갑 대표 무죄판결,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까지 연이은 법원의 ‘상식적’ 판결에 한나라당이 위기감을 느끼는 모양”이라며 “아무리 위기의식을 느꼈어도 집권당이 법원 판결에 개입하는 것은 꼴사납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이성을 잃은 공세를 중단하고 최근 판결을 거울삼아 독재적 국정운영을 반성하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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