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국론분열,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에 해당” VS “수많은 장기 정책들 다 국민투표 할 수 있나"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중대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일순 ‘세종시 국민투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과연 국민투표 사안이 되느냐에 대해 법학자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세종시 설립은 사실상 수도 분할로 지금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된다고 봐서 헌법에서 정한 국민투표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신 교수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을 ‘기타 국가안위’로 법해석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하고 “법학자들 사이에 아직 확실한 의견교환을 해보진 않았지만 같은 의견을 가진 헌법학자가 상당수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지 현재 정당하고 꼭 필요한 것이냐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아직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국민투표의 정치적 부담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유신헌법 존속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사례도 있듯 신 교수는 “국민투표가 권위주의적 대통령제를 위해 이용된 쓰라린 경험이 각국 헌정사에 있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유신시대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민투표가 반드시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건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될 정도의 상황까지 가야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세종시 문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장 교수는 “이 정도를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사항’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그런 일은 수도 없이 많이 겪어왔는데, 국민투표가 거론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실제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까지 계속해서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정책들이 많이 있는데 모두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며 정책변경을 위해서나 정책변경을 막기 위해 “국민투표를 이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사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당시와 상황이 변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경우들도 있다”며 “그런 경우 국민투표로 결정한 것조차도 다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변경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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