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스포츠 악용하고 방송은 나팔수로 전락...선수들이 국가적 영웅? 80년대 우민화 정책 연상”

7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선 국민음악회’가 KBS, MBC, SBS 지상파 3곳에서 일제히 생중계된 데 대해 국민의 채널선택권 침해이자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 5위의 국위선양을 하고 돌아온 선수단을 환영하는 것은 국민적으로도 대단히 기쁘고 즐거운 일이지만 방송3사가 황금시간대를 모두 이 프로그램에 집중시킴으로써 국민의 채널선택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봐도 정권이 스포츠의 성공을 정치적인 의도로 악용하고 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미디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수 의원은 “정작 국민들이 시청해야 할 본경기 중계방송은 서로 합의하지 못해 반쪽 경기를 보게 만든 방송사들이 이제는 다른 프로그램마저 보지 못하게 하는 어이없는 헛발질을 해댔다”고 강력 비난했다.

김 의원은 “명백한 시청자의 선택권 박탈이자 전파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 방송사들의 정권 눈치 보기 또는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이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방송 3사의 올림픽환영 국민음악회 중계는 1980년대 스포츠를 통한 국민동원과 우민화의 그림자를 엿보이게 한다”며 “방송이 국민보다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충성경쟁에 나선다면 국민적 저항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음악회의 시청률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고 같은 시간대 KBS2의 <해피선데이>는 30%가 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정권과 방송사들의 구시대적 행태가 많은 국민들에게 외면당했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권력이 국민의 눈을 돌리고 여론을 호도할 때 ‘국가적 단결’을 강조하거나 거국적인 행사를 이용한다”며 “방송3사의 이번 행태에 대해 ‘선수들의 올림픽 선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권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8년 북경올림픽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때 KBS 정연주 사장을 쫓아냈고, 이번에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스러운 날 MBC에 ‘낙하산 사장’을 앉혔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또 태극기로 뒤덮인 행사 무대와 선수들을 국가적 영웅으로 부각시킨 영상 내용을 들어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80년대식 ‘국가축제’의 진부함만 묻어났다”며 “시청률이 바닥을 쳤던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선수들은 과거와 달리 스포츠를 즐기고 자신의 성취에 만족해하며 당당해했고 국민들은 선수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즐거워했다”며 “오직 정권만이 선수들이 이뤄낸 성취를 ‘국가적 승리’, ‘국정철학의 결과’로 끌어다 쓰려고 안간힘”이라고 지적한 뒤 “선수들의 귀한 땀과 국민들의 즐거움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보려는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반발만 거세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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