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PD수첩’ 내용 사실이라면 부끄러운 일, 진상규명 우선”...이정희 “못 믿겠다, 공동수사본부 설치하자”

20일 밤 방송된 MBC ´PD수첩‘의 여파가 상당하다. ´PD수첩’은 20년간 검사들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밝힌 부산지역의 한 건설업자로부터 그간 검사들에게 향응과 촌지를 제공한 내용의 문건을 직접 제보 받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은 실명이 직접 거론돼 내부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21일 긴급간부회의에서 “보도된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로서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과거의 잘못된 행적이었다면 제도와 문화로 깨끗하게 청산되어야 하고, 그 흔적이 현재에도 일부 남아있다면 단호하게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곧바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검 조은석 대변인은 “위원회 구성은 2/3 이상을 민간인으로 하고 산하에 채동욱 대전고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비리 조사를 검찰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씨 외에도 상당히 많은 스폰서들이 있을 텐데 검찰 고위간부 중에 누가 이런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런 분들을 차단해서 확실하게 책임 있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다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독립된 수사기관이 있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가 이미 논의가 됐었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고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당장 공수처 설립이 불가한 만큼 “일단 중립적인 수사본부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국회가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사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검찰이 방송 이후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해진 만큼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면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지금 국민은 검찰의 개혁을 벼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폰서 검사들을 폭로한 건설업자 정모씨는 검사를 그만둔 전직 고위층까지 합치면 자신이 향응을 제공한 검사의 수가 2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정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PD수첩’이 57명이라고 한 것은 현직을 말하는 것이고 검사 출신 변호사들까지 200명이 넘는다”며 “4~6년 전에 터뜨리려고 했는데 이번에 하게 돼서 그동안 많은 고위층들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더 많은 것을 밝히고 더 많은 현직에 있는 분들이 개입됐을 텐데 이제 폭로하게 된 것이 후회스럽다”고도 말했다.

그는 “검사들을 만나면서 수사할 때와 밖에서 술 마시고 하는 행동이 너무 괴리가 많은 것을 느껴왔다”며 또 “지금까지 200명 이상 300명 정도 되는 검사 출신, 현직 검사들하고 알고 지내오고 극진하게 대접했는데 정작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됐을 때 전화 한 통 하는 사람이 없더라”고 인간적인 배신감이 폭로 동기임을 밝혔다.

정씨는 향응을 제공한 대상에는 검사 외에도 경찰이나 언론인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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