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불가근´은 없고 ´가근´만 있는 요즘 언론

***칼럼을 시작하며***

20여년 가까이 신문과 방송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주방야신 전문기자.

기자가 되기 위해 언론학개론을 공부할 때 이런 말을 배웠다.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뜻하는 말이다. 너무 친하고 가까워져서도 안되고, 너무 멀어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서도 안된다는 말이다.

기자가 되고 나서도 선배들한테도 숱하게 들었던 말.

´주방야신´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이 말을 기자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금과옥조로 여긴다.

이 칼럼에서는 취재현장에서 직접 겪은 ´불가근, 불가원´의 일그러진 모습, 그 금과옥조가 깨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적을 예정이다. 미디어와 취재원의 좀 더 건강한 관계, 무엇보다 언론 본연의 역할, 제대로 된 기자의 모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단초가 되길 바란다.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과, 현재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선후배들은 물론, 대변인,홍보팀장, 공보실장 등 이름과 타이틀은 다르지만 홍보·공보 현장에 열심히 뛰고 있는 수많은 PR맨들도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1회)´불가근´은 없고 ´가근´만 있는 요즘 언론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 그 ´정도´가 말그대로 ´어느 정도이냐´가 풀리지 않는 숙제다.
항상 그렇듯이 어느 정도의 선, red-line을 벗어나지 않고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최근 언론환경의 변화로 그 red-line은 갈 수록 엷어(thin)지고 있다. 아무리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해야 할 말, 쓸 기사는 써야한다는 측면도 물론 있지만, 그와 반대로 못쓰는, 안쓰는 기사가 많아졌다는 말이다.

기자실에서 기자들끼리나, 혹은 홍보실, 공보실, 대변인들이 비공개적으로 "과거에 비해 기자들에 대한 제약이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정치적인 게 컸지만, 이제는 광고로 다 컨트롤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몇몇 신문, 방송이 여론을 주도했던 과거에 비해 상당 수의 매체가 새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 신문과 방송을 제외하고는 생존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인터넷 매체가 무서울 정도로 많이 생겨났고, 그 영향력도 무시못할 정도다.

일정한 수요 아래 공급이 많으면 점점 더 가격은 내려가고 공급자 간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진다.

언론계에 광고, 돈 때문에 벌어지는 ´생존경쟁´이 간단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

그런 측면에서 기사가 빠지는 경우 혹은 그 반대로 터무니없는 기사가 키워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언론사가 취재원(광고주)과 멀어져선 안된다.(불가원!!!) 당연히 ´불가근´은 점점 사라지고 ´가근´만 남는 형국이다.

광고주는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특히 정부 부처가 집행하는 각종 광고, 캠페인은 물론 정부의 직접 지원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와 언론간의 관계설정이 점점 ´불가원´쪽으로 가고 있다.

언론과 취재원이 ´필가근´해야만 하는 상황인 거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한은행 사태 와중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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