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아직도 고스톱이 횡행한다?!

(2회)기자-취재원, 아직도 고스톱이 횡행한다?!

기자실에 따라서는 몇 년 전까지 취재원과 기자들이 고스톱을 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요즘에는 언감생심, 기자실에서 고스톱을 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 고스톱 판은 벌이지 않지만, 취재현장에서 말그대로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 횡행한다.

요즘 정치권, 경제금융계에서 온갖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신한금융 사태 취재에도 그랬다.

지난 10월 11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바쁜 출근길이 시작되는 오전 9시 14분쯤.

신한금융사태(신한사태)의 주인공 3명(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중 한명인 라응찬 회장이 출근길에 기자들에 둘러싸였다.

최근 신한사태가 계속 문제가 돼오고, 국정감사에서도 질책이 이어지는 상황.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라회장을 징계해야하는 강도높은 문책을 내리겠다고 밝히자, 미국 출장 중이던 라회장은 8일 급거 귀국했다.

마치 검찰청사에 들어서는 피의자처럼 포토라인이 세워지고, 질문할 기자들까지 다 미리 선정되는 방식의 출근길 간담회가 이뤄졌다.

어떻게 이런 식의 출근길 간담회가 이뤄졌을까.

한마디로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오늘 출근길 간담회는 미리 은행출입기자단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라 회장을 비롯한 신한금융지주의 꼼수에 기자들이 은근슬쩍 알면서 넘어가준 거다.

금감원과 정치권, 여론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라 회장 입장에서 공개적인 기자회견이나 입장 표명을 할 수는 없었다. 마치 압박에 정면도전, 반발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

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이 때문에 신한금융측은 기자들에게 출근하는 라 회장을 기자들이 취재하는 형식의 ´출근길 간담회´를 기획했고, 이를 기자들과 상의해 실행에 옮긴 것이다.

´척´하면 ´착´이다.

물론 기자들이 취재를 거듭 요청했고, 라 회장 집이나 출퇴근길에 그를 만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신한측은 이를 이유로 언론을 위해, 취재 편의를 고려해 출근길 간담회를 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뻔히 보이는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수법이다.

일반적으로 취재 요청을 해도 취재원이 거부하거나, 취재원이 취재 과정에서 여러가지 불편함을 호소할 경우 취재진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취재를 중단하거나, 끝까지 뭔가를 파헤쳐 건지려고 취재를 더 강하게 한다. 워낙 경쟁이 심해 자의든 타의든 후자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국 취재원도 이를 이기지 못하고 뭔가를 얘기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할 말 없다"고 하는데도, 취재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도 때가 되면 스스로 입을 열었다.

신한금융지주와 라응찬 회장은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연기(플레이)를 시도했고, 언론은 이를 방조,묵인, 협조했다.

고스톱을 치더라도 짜고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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