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국투명성기구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법학박사 김 범 태

지난달 26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해 신규원전 입지 확보를 위한 정책수립 용역을 시행한 결과, 원전입지 가능지역 중에서 신규원전 유치에 참여가능성이 있는 4개 지역에 유치신청을 요청하고, 이들 지역 중 원전 건설부지 유치를 희망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의 동의서류를 첨부한 ‘유치신청서’를 내년 2월 28일까지 한수원에 내면 된다고 밝혔다.

▲ 김범태 박사
특히 한수원은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이외의 지역에서 추가로 유치를 희망할 경우에는 부지적합 여부를 평가한 뒤 포함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혀, 해당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과 반목은 물론 지자제간의 마찰도 심히 우려된다.

이번 한수원의 발표를 보면서 조급증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단지 원전의 안전성이나 환경피해 등 원전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지난해 7월부터 후보지 지자체장을 비공식 접촉하는 등 국책사업의 진행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지역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발표를 통해 지자 체의 자발적인 유치신청이 아닌 한수원에서 유치 참여가능지역을 미리 선정하여 역으로 유치신청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보도 자료를 통하여 용역을 시행한 결과 4개 시 군에 대하여 참여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발표를 하면서도 그에 따른 용역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한수원의 밀실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한수원이 밝힌 원전 입지 가능지역과 참여가능성 있는 지역의 구체적 평가기준은 무엇이며, 특히 98년 후보지 해제 당시와 현재의 재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후보지로 발표된 고흥군과 해남군은 지난 20여 년 전 원전문제로 지역주민들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원전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던 지역으로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가 후보지역에서 해제를 하였던 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한수원의 발표는 결국 지난 정부의 입장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뀐 것으로 지역주민들이 받아들일 경우 이는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의 상실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며, 한수원의 일방적인 용역 결과 발표로 인하여 행정의 투명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할 수 있다.

더구나 고흥군과 해남군에서는 원전후보지 발표를 전후하여 찬반에 따른 입장을 달리하는 주민들의 모임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벌써부터 이해관계의 다툼이 예견되고 있어 자칫 지역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은 물론 후보지 인근 보성, 장흥, 완도군과의 갈등과 마찰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지나 않을까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원전건설과 같은 국책사업의 진행과정이 여전히 투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년 전 핵폐기물처분장의 입지선정과 관련 밀어붙이기 식 밀실행정의 결과로서 안면도, 굴업도, 부안군에서 엄청난 사건을 경험을 했으면서도 한수원이 원전 건설의 세계적인 추세와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원전 수주와 같은 국민들의 일부 호의적 반응에 고무된 나머지 이런 일방적인 결정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따라서 현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원전건설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뿐만 아니라, 유사한 행정행위를 함에 있어서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추진과정은 물론 결과에 대한 투명행정. 열린 행정이라는 관점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공정성을 확보했을 때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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