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대통령의 러시아 역할 확대요청이 한·미·일 동맹체제를 전제로 한 기존의 한반도 역할 구도에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

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를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는 등 10개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은 평가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러시아의 역할 확대를 요청한 것은, 지난 2001년 한·러 정상회담 당시 공동보도문에서 탄도요격미사일과 관련해 러시아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문구가 포함됨으로써 한·미 관계에 어떤 파장이 빚어 졌었는지와 연관해서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노대통령의 러시아 역할 확대요청이 한·미·일 동맹체제를 전제로 한 기존의 한반도 역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 사할린의 한인문제는 과거보상형에서 미래설계형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

 사할린에는 4만여명의 한인동포 1세와 그들의 후손이 살고있다.
이제 사할린의 한인문제는 과거보상형에서 미래설계형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한인 후손들이 당당한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선진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할린 동포1세가 일제강점시대에 강제로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만큼 한국과 일본정부가 공동출연해 교육재단을 설립하는 문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동북아 허브와 경제중심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 ◈
 러시아는 에너지자원과 시베리아 횡단철도 현대화를 통해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동북아의 새 질서에 편입시켜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중·일·러 3국의 경쟁이 동북아에서의 정치·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동북아지역 전체의 판을 바꿀 수도 있는 큰 그림에서 출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경제중심 전략을 추진한다면서도 동북아의 큰 틀을 바꾸는 중·일의 각축과 러시아의 전략적 대응을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다시 중·일의 각축 속에서 변방국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동북아 허브와 경제중심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면밀히 수립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 韓·中·日 및 몽골의 학자들이 모여 연구하는 러시아 국립동방연구소나 극동연구소 등과 밀접한 협력을 해야 한다 ◈
 우리 고대사의 열쇠 역할을 할 사료를 러시아와 일본·중국·몽골등이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대부분이 러시아의 각종 문서보관소에 보존되어 있으며, 중국은 고구려사 문제에서 미국·일본 등의 사료보다는 러시아측 사료와 주장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韓·中·日 및 몽골의 학자들이 모여 연구하는 러시아 국립동방연구소나 극동연구소 등과 밀접한 협력을 해야 한다.

◈ 러시아의 움직임은 남·북한 등거리 실리외교를 통해 한반도 정세에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려는 전략임이 명백하다 ◈
 푸틴 대통령은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지난 8월3일경 노무현 대통령에게 협력 확대 및 안보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친서를 전달한 데 이어 8월5일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북·러 양국 간 협력과 지역안보 문제를 논의하자”는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또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핵문제를 비롯 한 한반도 평화증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과 러시아 간 외무장관회담 또는 당국자회담을 제안하고, 한반도 평화방안을 중점 논의했으며, 핵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를 제공하라는 북한의 ‘동결 대 보상’ 요구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은 남·북한 등거리 실리외교를 통해 한반도 정세에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려는 전략임이 명백하다.
우호결속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북·중, 북·러 관계와 소원해진 한·미, 한·일 관계를 견주어 볼 때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박성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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