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많이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이 한마디 쪽지를 놓고 싸늘한 죽음의 길을 떠난 최고은 작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 췌장염과 싸우며, 며칠째 굶주림에 목마르던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인정받았던 작가는 끝내 우리와 단절한 세상으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문화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다.
최고운 작가의 죽음은 우리 문화예술계를 참담함 그 자체로 몰고 갔다.
북한도, 아프리카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지성이라는 작가가 굶어죽은 사건이 발생했으니 모두가 충격에 휩싸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왜 죽었는가? 하는 물음 이전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찾아가는 행정을 모토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대학로로 달려가 문화정책 현장 업무보고를 개최하여 문화예술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연극인 박정자씨는 20년전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없는 자괴감을 토로하면서
문화 예술 전공자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였다.
연극인들은 연극이 좋아 모든 생활을 팽개친다.
그들의 삶은 생활인이 아니다. 연극이 무슨 신앙이라도 된 듯 순교자처럼 무조건 그것에 매진한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도, 교통비가 없어 걸어 다니면서도, 쪽방 생활을 밥 먹듯 해도 그저 공연을 올릴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무대에 서는 것이 연극인이다.
그것뿐 이랴. 어렵게 직장을 구해 다니다가도 공연 기회가 주어지면 당장 사표를 내고 달려가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연극인이다.
이것은 비단 연극인 뿐 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모든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의 직업에 열정을 가지고 그 일을 사랑한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은 창작 행위자 이전에 생활인이다. 결혼해야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할 가족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똑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병원에도 가야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열정 만 으로는 충족되지 못한다.

배고파야 예술 하던 시대는 아니다
정아미 연극배우협회 감사는 “연극이 좋아 연극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연극으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최소한의 생활만 보장된다면 아무 생각 없이 연극에 전념할 텐데, 지금은 생활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대안이 필요하다.
그저 막걸리 한사발이면 시와 음악을, 그리고 예술을 이야기하던 옛날을 그리워하고는 이 제 살아갈 수 없다.
선술집에 모여 서로 등을 두드리며, 어께동무하고 지내던 시대가 아니다.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눠먹으며, 예술 하는 사람은 배고파야 제대로 된 예술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던 시대가 아니다.
열정적인 에너지와 재능만 갖고 예술 하던 시대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문화예술인들 평균소득 100만원 이하 66% 넘어 2009년도에 문화예술 종사자에 대대적인 조사가 있었다.
문화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인들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장르에 조사한 결과 창작과 관련하여 수입이 전혀 없는 예술인들이 37.4%에 이른다고 하였다.
여기에 평균소득 100만원 이하를 포함하면 66에 이른다.
그런데도 예술인들은 글을 쓰고 창작활동을 한다.
사회가 점점 살기가 어려워 창작활동을 한다는 것이 더욱 더 힘들어 졌지만, 예술가들은 굶어죽어도 예술을 하려고 한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뒤흔드는 한류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사회와 국가는 그들을 방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최소한의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 도입 시급하다.
‘한 젊은 작가가 병마와 배고픔에 외로이 쓰러져 간 것은 춥고 배고파도 창작과 재능을 붙태우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 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한 나머지 예술을 위해 먼저 밥을 구해야 하는 현실이 더 두렵다고 한다. 정기적인 소득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급할 때 은행대출이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공연 도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 처리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말할 것도 없고, 고용보험 가입률, 산재보험 가입률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 가입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실업수당을 받으려 해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절대다수의 문화예술가들이 한 달 평균 100만원도 못 버는 현실에서 예술을 하기위해 투 잡, 쓰리 잡으로 버티고 있다.
이들에 대해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제2, 제3의 한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만이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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