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균
요즈음 방송가에서는 반윤리적 드라마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반윤리적 드라마란? 드라마의 소재 설정자체가 불륜이거나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내용, 폭력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말한다.
주부를 대상으로 한 아침드라마에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간간이 등장하던 것이 최근에는 모든 드라마의 설정에 적용됨은 물론 단순한 삼각불륜이 아니라 억지 불륜을 설정하면서 까지 자극적인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지자 각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이런류의 드라마 소재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는 것이다.

방송국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시청률이 말해준다.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도 시청률이 낮으면 가차 없이 종영하는 것이 요즈음 세태다.
그러니 드라마 피디들은 반윤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드라마더라도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하려고 애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각 방송사들의 시청률은 광고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황에는 더욱 더 시청률 높일 수 있는 드라마를 드라마 피디들에게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각방송사마다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하자 “오로지 시청자의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반윤리적 드라마는 퇴출되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술 더 떠 언론들은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드라마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는 시청자를 겨냥해서 만든다.
시청자의 반응이 없는 드라마는 방영 될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사회의식을 반영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라 할 지 라도 시청자들의 호응 없이는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80~90년대 유행했던 가족드라마인 <전원일기(1981)>, <엄마의 바다(1993)>, <그대 그리고 나(1997)>, 같은 작품과 서민드라마인 <서울 뚝배기(1990)>, <서울의 달(1995)> 같은 드라마가 이제는 등장하기 더 힘들어 질 것이라는 이유가 바로 요즈음 시청자들의 반응에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사회가 날로 복잡다단해지자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메시지를 전달받기보다는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드라마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의 드라마는 줄거리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메시지가 없다.
아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보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생각지도 못한 상상 속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현실로부터 도피하고픈 마음을 가져다준다.
그러니 이제는 김정수작가의 가족드라마 처럼 시청자들에게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나, 김운경작가의 개성 강한 캐릭터로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를 찾기가 가면 갈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것은 산업이 발전하면서 핵가족화가 촉진되었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가족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현격히 줄어들었음은 물론 경제가 악화되고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드라마의 소재도 다양하게 전개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이 영상매체가 발전하면서 드라마도 화려한 영상과 재미와 흥미의 카타르시스를 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불륜과 친구의 배신을 소재로 ‘에덴의 동쪽’에서는 출생의 비밀이 소재로 등장한다.
친구의 삼각관계는 이미 고전이 된지 오래다. 지금은 삼각관계라도 가족간의 삼각관계뿐 만아니라 이중삼중으로 꼬여가는 관계를 설정한다.
그러니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 아니면 더 이상 시청자들의 눈을 고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 드라마제작자들의 이야기다.

모든 드라마가 김정수 작가처럼 가족드라마일 수는 없다,
드라마 시청자는 자신의 수준에 걸 맞는 드라마를 본다.
그것은 다시 말해 요즈음 드라마가 반윤리적인데도 시청률이 높은 것은 시청자가 그런 드라마를 즐겨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더 경쟁적으로 반윤리적인 드라마를 방영한다.
상품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맞춰 생산된다.
드라마도 광고수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시청률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경제 불황의 여파가 저렴한 제작비로 시청률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반윤리적인 드라마를 방송사들은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 비난하면서 왜 그런 드라마를 보게 될까?
이것은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시대상이나 사회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 불황이 더 심해지고 사회가 불안해 지면 사람들은 현실에서 안정 지향적 이면서도 현실 도피적이 된다. 그래서 좀 더 자극적이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통해 대리만족하게 된다.
상상에서만이라도 모험을 즐기며 좌충우돌하며 극적인 순간을 떠올리고 싶어 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보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우리가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욕을 하면서도 그런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반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영하는 방송사나 그것을 즐겨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비난 할 것이 아니라, 경제가 좋아지고 정치가 안정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따듯한 드라마를 선호하게 될 수 있도록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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