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평택의 한 가구전시장에서 난 불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재만 소방장과 한상윤 소방교가 천장 구조물에 깔려 순직했다.

같은 날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한 수행비서가 지난 10·2일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소방공무원은 ‘희생’이고,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의원 비서는 ‘불법’을 저질렀다. 물론 수사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국회의원 비서가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이버테러를 가한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으로도 비쳐질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이 치러진 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인근 동대문구 SK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전농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서울시민 모두 투표장에 나와 서울시정을 이끌 적절한 분을 꼭 투표해 달라”며 투표를 독려 한 바 있다.

집권 여당 대표는 투표 독려를 했고, 같은당 소속 국회의원의 한 비서는 불법을 저릴렀다. 물론 사안은 너무나 다르다. 그러나 순직소방관과 국회의원 비서는 모두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라고 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돼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순직 소방관에게는 ‘애도’를 한나라당에게는 냉대를 넘어 ‘외면’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쇄신이라는 이름하에 의원 연찬회 등 갖가지 돌파구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백배사죄해야 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라고 했다. ‘전장에서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고 임진왜란 臨戰訓(임전훈)에서 나온 말이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각오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원한다. “잘살게 해달라고” 우리 정치의 현실은 유권자가 있는 곳에서만 公約(공약) 뱃지를 단 뒤 空約(공약)으로 전락해 버린다.

다시 한번 고한다. 사명감 하나로 자신의 목숨을 火魔(화마)에 내던진 소방관들의 숭고한 정신이 참 다운 공무원의 정심임을.

아울러,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성심을 다해 어디선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믿음직스런 손을 내밀고 있을 소방대원들과 119 구조대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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