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보도 후의 몽골 울란바토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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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보도 후의 몽골 울란바토르 표정
  • 양재곤 기자
  • 승인 2011.1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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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신문의 김정일 사망 기사]

북한의 김정일 사망 소식이 지구촌에 알려진 19일 오전 11시(한국 시각보다 1시간 느림)부터 몽골에서도 몽골 현지 언론 매체가 김정일 사망 소식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특히 몽골 일간지 ‘우드린 소닌’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공산주의의 마지막 지도자 2세 사망하다”라는 다소 역사적인 헤드라인으로 뽑아내 눈길을 끌었다.

▲ [울란바토르 중앙로 부근의 연말 분위기]

하지만 오히려 연말을 맞아 몽골의 거리 풍경은 축제 분위기였다. 6.25사변 때인 1952년 몽골은 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4~7세의 북한 어린이 197명을 먹여 살렸다. 몽골은 이 고아들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교육시킨 뒤 1959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몽골은 아울러, 말 40,392필, 소 9,094마리, 79,965마리의 양과 염소, 모피 17,462벌, 두툼한 외투 4,500벌, 가축 부츠 1만 켤레, 양 가죽 5만장, 육류 2,248톤, 버터 30톤, 지방질 65톤, 알코올 26만5000리터 등을 북한에 지원해 준 북한의 우방이었다. 하지만, 한-몽골 수교보다 42년 앞선 1948년 10월에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에 근거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온 몽골에서는 우방국 지도자의 사망에 대한 이렇다 할 만 한 몽골 시민들의 반응은 없었다.

▲ [조기가 내걸린 주몽골 북한 대사관]

북한 측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몽골 중앙로 위의 몽골종합청사가 위치한 수흐바타르 광장 뒤편 좌측에 자리 잡은 주몽골 북한 대사관 부근에 가 보았다.

예상한 대로 인민공화국기는 조기로 게양돼 있었다. 평소 적막하기만 해서 유령의 집처럼 느껴졌던 주몽골 북한 대사관으로의 몽골 사람들의 조문 행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거리에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몽골 울란바토르의 강추위는 매서웠다. 얼굴을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날씨 탓에 동태를 살피기는커녕 서둘러 따뜻한 찻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 [몽골의 눈보라가 주몽골 북한 대사관에 몰아치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 소재 평양 식당에도 가 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창문 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걸로 봐서 출근은 했으나 상부 지시로 영업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북한 식당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최근, 몽골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몽골의 정부 소식지 “오픈 거번먼트(Open Government)”가 밝혔다. 북한에 염소 고기 35톤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이 몽골과 대한민국의 국교 수립에 항의해서, 잠시 대사관을 폐쇄하는 우여곡절이 있긴 했었으나, 몽골은 엥흐바야르 전임 대통령의 노력으로 몽골과 북한의 국교를 재개해서 현재까지 우호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동안 이른바 ‘주체 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강성 대국’을 공언해 온 북한이긴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북한 동포들은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쪼록, 이번에 몽골이 북한에 지원하는 그야말로 이 귀중한 염소 고기’가,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반드시 직접 전달되어, ‘빛과 희망이 되기를!’ 같은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처절한 심정으로 간절히 바라고 염원해 보았다.

▲ [몽골 울란바토르 소재 북한의 평양식당 입구]

우리나라 분위기도 살피고자,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에 가 보았으나 평소와 다름 없이 별 다른 동요가 없는 것 같았다. 참고로,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은 울란바토르 중앙로 위 수흐바타르 광장 왼편에 자리잡은 주몽골 북한 대사관과 정반대편인 중앙로 아래 수흐바타르 광장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문득, 북한 당국이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잉글랜드 ‘인디펜던트’ 신문의 최근 보도를 떠올렸다. 울란바토르 의류 공장 현지취재 기사를 통해, 80명의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고급 의류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들 북한 여성 근로자들은 한 달에 고작 315달러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전액 몽골 주재 북한 대사관 계좌로 이체되고 있고, 어떻게 분배되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몽골 공장 책임자의 말을 전했다. 현재 몽골에는 약 3천 명의 북한 근로자가 있는데, 외부와의 대화도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 매우 열악한 근로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다쳐도 도중에 강제 귀국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상 자체를 숨기는 통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입구]

각종 몽골 언론 매체가 김정일 사망 소식을 앞 다투어 보도를 했고 주몽골 북한 대사관에 조기가 걸린 것을 직접 목격했으나 정작 북한 근로자의 현실은 몽골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몽골 사람들은 외화를 벌기 위해 작업 환경이 좀 더 나은 대한민국에 가서 일을 하는데 정작 북한 근로자들은 몽골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는 이런 아이러니컬한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저 동족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파 온다. 김정일의 사망을 기점으로 몽골만큼이나 추울 동토의 땅 북한에 해빙기가 속히 오기를 기원해 보았다.

<기사제공=울란바토르 (몽골)=TK TIMES 알렉스 강 외신국장 겸 몽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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