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눈 쌓인 숲 어느 산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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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눈 쌓인 숲 어느 산골에서
  • 유현우 기자
  • 승인 2012.02.1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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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ntv
시인·수필가, 一角 최선

그 날은 새벽부터 눈이 펄펄 휘날리고 있었다. 밝은 낮에도 늦은 밤에도 하늘에서는 하얀 작은 벌래가 떨어지듯 그렇게 흩날리고 있었다. 내일은 시내에서 중요한 스케줄이 있는데, 이러다가 깊은 산에서 내려가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하다 결국 밤늦게라도 차를 산 아래 마을까지 내려놓기로 결정을 하고 캠프 본부에 부탁을 드렸다.

캠프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나의 사정을 말을 하자 그럼 차를 마을까지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늘 밤 마을에 내려가는데 동승하자고 부탁을 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눈 쌓인 산길을 운전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중히 부탁을 드렸다.

하지만 함께 할 줄 알았던 직원은 한사코 방송실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캠프장에서 산 위 50m까지만 동행할 수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눈 쌓인 산길을 혼자 수십km 운전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도움을 줄 것 같았던 직원을 언제까지 원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가슴이 떨리고 손발이 긴장해 그 날 밤은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차는 주차장에서 언덕 위로 힘껏 올라가는가 싶더니 좌우로 미끄러져 도저히 앞으로 전진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잠깐 정지했다가 조심히 후진하여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해 긴 호흡을 하고 어렵게 다시 도전하자 차는 조심스럽게 비틀비틀 50m까지 올라 갈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감사하지만, 진짜 문제는 고개고개를 넘고 절벽이 있는 낭떠러지기 구간이 최고의 숙제였다. 깜깜한 밤, 눈이 내리고 길에는 여전히 미끄러운 구간이 계속되었다. 눈 쌓인 산길에 접어들자 나의 머릿속은 하얗고 손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몸에 땀이 흠뻑, 가슴은 터질 것 같은 두근두근, 머릿속은 하얗고 정신이 혼돈하여 한동안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다 인간의 생명은 잠시 왔다가 가는 것을…아무리 바빠도 생명은 소중한데 무모한 도전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겠다. 나의 좁은 생각으로 이렇듯 어려움을 자초한 미련한 결과에 이제는 좀 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여유롭게 삶을 점검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만 당연한 것을 깨닫고 평생 맞이할 또 하루의 밤이 이렇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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