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
무엇을 본 것일까?
바위 사이로 뭔가 신중하게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게 보였다.
등에는 녹색바탕에 불규칙한 화려한 무늬가 있어 잠시 아름다운 뱀이구나 하며 감상하고 있는데 그 틈도 안주고 녀석은 먹이를 발견한 듯 주춤거리는 폼이 작전을 짜는 것 같았다.
순간! 개구리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아! 하는 탄식소리와 함께 마음속으로 개구리야, 빨리 도망가! 소리치고 싶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긴장의 순간!
스르르 미끄러져 간 꽃뱀은 목을 쳐들더니 어느새 암컷 참 개구리를 뒤에서 집어 삼키 듯 물어버렸다.
바위틈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던 참개구리는 그만 주위를 경계하지 않은 탓에 일순간 유혈목이 꽃뱀의 먹이 제물이 되었으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생태계 먹이사슬의 처참한 현실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혈목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뱀이다.
주로 4-5월에 논이나 습지가 있는 곳에 자주 눈에 띄인다.
물가를 다니며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늘메기, 까치독사, 꽃뱀이라 부르는 유혈목이는 등에 화려한 무늬를 지니고 공격할 때 코브라처럼 목을 세우고 이동하는 녀석이다.
녀석은 송곳니가 아닌 어금니에 독이 있어 참개구리 암컷을 한입에 삼키 듯 물어 버렸다.
아!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표정은 어떨까? 궁금해 졌다.
그런데 개구리의 표정을 보니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는 것이 마치 마취된 것 같았다.
얼마나 당황하였으면 저런 무표정한 모습으로 있을까?
참개구리의 모습에 죽음의 순간을 고통스럽게 맞이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