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

경기도 운길산 중턱, 유혈목이 꽃뱀이 저만치 내달린다.
무엇을 본 것일까?
바위 사이로 뭔가 신중하게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게 보였다.

등에는 녹색바탕에 불규칙한 화려한 무늬가 있어 잠시 아름다운 뱀이구나 하며 감상하고 있는데 그 틈도 안주고 녀석은 먹이를 발견한 듯 주춤거리는 폼이 작전을 짜는 것 같았다.

순간! 개구리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아! 하는 탄식소리와 함께 마음속으로 개구리야, 빨리 도망가! 소리치고 싶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긴장의 순간!
스르르 미끄러져 간 꽃뱀은 목을 쳐들더니 어느새 암컷 참 개구리를 뒤에서 집어 삼키 듯 물어버렸다.

▲ ⓒ 사진제공 김봉겸
바위틈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던 참개구리는 그만 주위를 경계하지 않은 탓에 일순간 유혈목이 꽃뱀의 먹이 제물이 되었으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생태계 먹이사슬의 처참한 현실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혈목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뱀이다.
주로 4-5월에 논이나 습지가 있는 곳에 자주 눈에 띄인다.
물가를 다니며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늘메기, 까치독사, 꽃뱀이라 부르는 유혈목이는 등에 화려한 무늬를 지니고 공격할 때 코브라처럼 목을 세우고 이동하는 녀석이다.

녀석은 송곳니가 아닌 어금니에 독이 있어 참개구리 암컷을 한입에 삼키 듯 물어 버렸다.

아!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표정은 어떨까? 궁금해 졌다.

그런데 개구리의 표정을 보니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는 것이 마치 마취된 것 같았다.

얼마나 당황하였으면 저런 무표정한 모습으로 있을까?
참개구리의 모습에 죽음의 순간을 고통스럽게 맞이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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