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윤의 시사진단 - 뉴스캔SNStvNEWS

안녕하십니까? 정광윤의 시사진단의 진행을 맡은 정광윤 입니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의 생각』을 펴냈습니다. 사실상 대권 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교수는 이 책에서 정치권 전반에 대하여 비판적인 생각을 피력하고 있고, 국가 정책 전반에 대하여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대체로 기존의 생각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천안함 폭침,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민주당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거듭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안철수 교수가 야권의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담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긴 하지만, 예민한 이슈들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낸 것은 야권 대권 후보를 염두에 둔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권을 ‘낡은 체제’로 규정한 것으로 봐서 민주당에 참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독자 정당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는 방안이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10개월 가까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어 온 안철수 교수가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유권자들은 그의 생각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의 자질 혹은 지도력을 평가하는 데 책 한 권은 부족합니다. 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다각도로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안철수 교수가 링 위로 오르는 시기가 빨라도 9월쯤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3개월은 대선 후보를 검증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영향력이 과거보다는 크지 않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그동안 안철수 교수가 CEO로서, 대학 교수로서 책과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밝혀 왔지만, 그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좋은 생각 혹은 바른 생각은 누구나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가 책에서 밝힌 정책 구상도 웬만한 사람이면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것입니다. 또한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는 일도 손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과 국민의 요청에 부합하는 대안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생각만으로 결코 될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해법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 주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안철수 교수의 등장으로 지역주의 정치 구도, 대통령에의 지나친 의존 현상, 극심한 관료주의, 정치 세력 간 극한 대결 등 구조적 장애물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안 교수의 등장과 메시지가 기존 정치권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이 쉽게 풀리리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그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과 손을 잡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낡은 체제와 결별하겠다는 그가 민주당과 손을 잡는다면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닙니다. 특히 야권에 드리워져 있는 종북주의 문제에 대하여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안철수 교수는 훌륭한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IT에 대한 해박한 전문성, CEO로서의 경영 능력, 그리고 젊은 세대와 쉽게 공감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재산 헌납을 통해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정치인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 훌륭한 오피니언 리더가 곧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되라는 법이 없습니다. 정치권 안에서 단련되고 검증받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정치권에 뛰어드는 안철수 교수의 행보는 지나친 파격입니다. 겉으로는 파격 같지만, 대단히 정교한 기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대한민국 정치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보다 통찰력과 지도력이 뛰어난 정치인도 적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정치가 뒤뚱거리고 있는 것은 좋은 정치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구조적인 제약 때문입니다. 안철수 교수가 대한민국 정치를 선진화시키는 데 기여하려면 긴 호흡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낡은 배에 동승하는 순간, 그 역시 낡은 정치인으로 갇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 (진행/해설 = 정광윤, 촬영/편집 =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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