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SNStvNEWS - 정광윤의 시사진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광윤의 시사진단’입니다.

각 정당 대선 후보 경선의 막이 오르면서 헌법 개정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로 권력구조에 대한 것입니다.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 다양한 생각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잘 아시듯이 현행 ‘5년 단임 직선 대통령제’는 1987년 6·29 선언의 결과물입니다. 오랜 장기 집권의 폐해 때문에 ‘단임제’가 되었고, 군사 정권 시절의 체육관 선거 대신에 국민의 뜻이 직접 반영되는 직선제를 정착시키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5년 단임제’는 25년이 지나는 동안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습니다. 임기 초기의 시행착오와 임기 후반의 레임덕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도 ‘단임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맞지 않아 전국 단위의 선거를 너무 자주 실시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원 포인트 개헌’이 제안된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1987년 현행 헌법이 제정되고 난 후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주장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 등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개헌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민 여론 역시 개헌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개헌보다 더 중요한 국민적인 현안들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현 정부 아래서도 대통령이 제안을 하고 국회에서 관련 연구회를 만들어 준비를 했습니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앞에서 설명 드렸듯이 헌법 개정을 논의할 때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상적인 이유로 개헌을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개헌이 이루어지기도 어렵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현행 헌법의 특정 조항이 나라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방향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부응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너무 잦은 헌법 개정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권력자들이 장기 집권을 획책하기 위해 도모한 개헌의 역사입니다. 그런 좋지 못한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4년 중임제’도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절대선의 제도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국가 전반의 설계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그 속에서 헌법을 어떻게 위치 지울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입니다.

그런 큰 시야에서 헌법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헌법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백가쟁명 식의 논의만 무성하다 결국에는 무산될 공산이 큽니다.

설령 분위기에 편승해서 어떤 특정 방향으로 개헌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후에 또다시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개헌론이 강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 지도자들이 개헌 문제를 꺼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개헌론이라는 이슈를 던질 때는 대통령 예비후보들답게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려해서 좀 더 체계적이고 정교한 내용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지금 나라가 어렵습니다. 세계 경제도 심상치 않습니다. 여러 가지 전환기적 징후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후퇴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특히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개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중요한 국가적 이슈를 가리는 정쟁의 소재가 될 것인지를 잘 헤아려야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각 대선 예비 후보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설익은 내용들을 마구 내놓거나, 국가의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자제해 주었으면 합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태도는 표를 얻는 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많이 속아서 ‘믿을 만한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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