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 SNStvNEWS - 정광윤의 시사진단

안녕하십니까? 정광윤의 시사진단 입니다.

다시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고 있는 서울대 안철수 교수에게는 앞으로 네 가지의 길이 놓여 있습니다.

첫째는, 독자 출마입니다. 둘째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대선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첫째, 독자 출마입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높은 지지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권자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독자 출마하는 길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독자 출마는 ‘양날의 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자들을 확실히 규합하는 데는 지름길이지만,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지지자들은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데,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로 쏠리는 유권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안철수 교수가 이런 부담을 안고서도 낡은 정치를 타파한다는 각오로 독자 출마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 야권 후보 단일화에 응하는 것입니다.

안철수 교수가 만일 여권과 야권 중에서 선택을 한다면 그 대상은 야권임이 분명합니다.

안철수 교수가 보수-진보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권에는 박근혜라는 유력한 후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야권 후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게다가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성향의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안철수 교수는 야권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새누리당을 더 낡은 체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현재로서는 이 방안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야권 단일 후보 단일화에 참여해서 이기면 더 좋고 지더라도 야권 후보 지지를 통하여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야권이 안고 있는 낡은 요소들과 자신의 가치관을 조화시키는 일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야권 일각에 드리워져 있는 종북주의의 그림자를 안철수 교수가 수용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자신의 리더십을 떠나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성공적인 정부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지지가 정체 상태에 빠지거나 캠페인 과정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아님을 깨닫고 중도 하차를 결단하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언론과 경쟁자들의 검증의 잣대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또한 유력 후보로 떠오르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국가 현안과 미래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부담으로 작용하면 얼마든지 이번 대선에 불참할 수도 있습니다. 불참하되 야권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려고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불참하는 방안입니다. 야권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방탄 국회’, 통합진보당의 ‘부정 경선 사태’는 안철수 교수가 꿈꾸는 새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리고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자신의 도움으로 야권 후보가 당선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에는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지지 선언을 했는데도 야권 후보가 패배한다면 자신의 가치마저 매도당할 수 있고 일련의 자신의 행보도 평가 절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안 교수의 지식인으로서의 입지도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안철수 교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방금 살펴본 것처럼 이 네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로서는 일생일대의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운명도 바뀔 수가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로서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안철수 교수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는데 50퍼센트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현상’은 분명 보편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에는 거품이 있습니다.

낡은 상품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상품이라서 지지하는 것이지만, 그 신상품이 양질의 상품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여-야 대선 주자들이 안철수 교수를 필요 이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안철수 교수가 등장했는데, 자기 성찰을 먼저 해야 할 당사자들이 트집을 잡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그런 태도는 오히려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위축시킬 수도 있음을 깨닫기 바랍니다.

바꾸어 말해서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면 할수록 안철수 교수로 상징되는 새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 수준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 (진행/해설 = 정광윤, 촬영/편집 =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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