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하기´는 이제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지만 이 말이 한때 사회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습니다.  

1995년 삼성전자 새내기 사원들이 연수과정에서 느끼고 배웠던 소회들을 책으로 엮어 출판을 했지요. 제목은 바로 ´맨땅에 헤딩하기´.

이 책은 당시 서점가에서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더군요. 삼성의 무지막지한 추진력이 느껴지는 이 책 제목은 그 당시 삼성의 해보자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죠. 

이건희 회장도 ´마누라 빼고 다 바꿔보자´고 했구요. 7-4제도 도입했지요.오전 7시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죠. 퇴근후 자기개발에 주력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그 당시 이 회장은 독일에서 부문장 회의를 하면서 월드 베스트 제품을 만들라 했습니다. 

당시 최대 야심작이 휴대폰이었어요.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 그사람 신분이 어느 정도 된다는 추측이 가능하던 시절이었어요. 처음에 나온 삼성의 휴대폰은 휴대폰이 아니라 무전기로 느껴질만큼 크고 무거웠어요. 그리고 소형이 나오긴 했지만.

처음엔 폴더형이 아니라 민둥댕이였는데  삼성은 소나타 승용차로 깔아도 안 깨진다고 홍보전을 했구요.

그 당시 삼성전자 과장으로 반도체를 개발하던 분이 바로 황창규 사장이었지요. 세계 최초로 256메가디램을 개발하면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로 세계 최고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후 삼성은 소니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디지털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애니콜의 신화를 만든 새내기들!

지금은 어엿한 중견 삼성인이 되어있겠죠. 지금도 맨땅에 헤딩하면서 최고에 도전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맨땅에 헤딩을 못하고 있네요.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꿈과 희망이 있어야 가능하겠죠. 꿈과 희망이 없으면 맨땅에 머리를 처박게 만든답니다.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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