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좋은 광부 부부 - 보은 마로탄광
@P5C@막장에 들어갔다. 보은에 있는 마로광업소다. 전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석탄을 생산하는 소규모 회사다. 강원도 경동탄광에 들어간지 한달 반만에 다시 막장에 들어간 것이다. 그때는 굴진과 채탄 작업을 했으나 사실상 ‘체험’의 수준이었다. 그때는 ‘특별 광차 (特別 鑛車)’를 타고 10시 반 쯤 들어가서 세시쯤 나왔지만 이번에는 ‘갑’반 광부들과 함께 ‘인차(人車)’를 타고 아침 8시에 들어가서 ‘을’반 교대시간인 4시 반에 다른 광부들과 함께 다시 ‘인차’를 타고 나왔다.

막장 일이 어려운 것을 실감했다.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할 좁은 공간에서 ‘콜픽’이라고 하는 채탄용 착암기로 작업하는 일은 보통이 아니었다. 석탄가루가 좁은 공간을 꽉 메워서 2~3미터 앞이 안보일 지경이었다. 방진 마스크가 없으면 저 탄가루를 몽땅 마셔야 할텐데 하는 생각에 미치니 몸서리가 쳐진다. 작업이 어느 정도 되면 물을 뿌려서 먼지를 잠재운다. 그 먼지 속에서도 광부들은 담배를 피운다. 그 ‘낙’마저 빼앗으면 광부들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광업소장이 귀뜸해 준다.

@P6C@근 45도나 됨직한 급경사 갱도에서 내 키보다 훨씬 큰 통나무를 등에 지고 올라가는 일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길이 7자에 무게가 70kg라는 통나무는 마르지도 않았고 송진덩어리나 다름없어서 엄청나게 무거웠다. 소규모 민영탄광이라 시설도 부족하고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했다.

석탄이 밀려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앞장막이’를 쳐 놓고 채탄굴진을 하며 동발을 세우는 작업이었는데 일을 끝마칠 무렵에는 아침에 시작할 때보다 앞장막이가 많이 밀려나와 있었다. 실제로 작업 중 앞장막이로 막혀있는 석탄 덩어리가 조금씩 밀려나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막장 작업은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일이 끝나고 직원들과 함께 막걸리 한잔을 하는데 여러 사람이 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퇴근시간에 되었는데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전화를 하는 것이다. 내가 대신 전화를 받기도 했다.이 동네 사람들 이렇게 금슬이 좋은가 했더니, 그보다는 시간이 되어도 남편이 안돌아오니까 혹시 사고라도 생기지 않았나 하는 불안 때문이란다. 막장 생활을 가장 실감나게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P7C@머리고기와 두부와 김치가 전부인 막걸리 파티는 정말 좋았다. 같이 일하지 않은 직원들도 같이 자리를 했다. 나와 같이 일하신 분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생각보다 일을 잘하고 열심히 했다고 칭찬일색이다. 무거운 통발을 진데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연탄산업과 회사에 대한 걱정도 많이 했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 최고의 고질탄을 생산하는 탄광인데 정부의 보조는 가장 약하다고 했다. 탄소함유량이 80%가 넘는 고질탄으로 과거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고 지금은 제철소 제련용, 발전소 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 부족시대에 이러한 고효율 탄을 보호 육성해달라고 노사가 하나되어 소리를 높였다. 깊이 들어볼 얘기였다.

나는 광부들과 회사 간부들에게 “여러분이 애국자입니다” 하며 건배 제의를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탄광촌의 현실
@P1C@충북 보은에는 과거에 6개의 광업소가 있었으나 지금은 석탄을 캐는 이곳 마로 광업소와 금홍 수정광산만이 남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모
@P2C@탄광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릅니다. 운전할때 안전띠를 꼭 매야 하는 것 처럼 탄광에서도 안전모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궤도열차를 타고...
@P3C@궤도열차에 올라 캄캄한 탄광을 가로질러 갑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사발면과 찬밥 한덩이
@P4C@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합니다. 사발면에 아침에 갖고 들어간 도시락을 말아 먹습니다. 손과 얼굴이 모두 새까매지고 먼지가 날리는 갱도 안에서의 식사이지만 꿀맛같습니다.

손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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