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인혁당 이어 또 법원 판결 논란...부동층 어떻게 끌어오겠나" 개탄
심재철 "최필립과 조율 안 된 점 의아...참모들이 보좌 좀 잘 했으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사실상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서 그친 정수장학회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놓고 또다시 과거사에 발목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위원은 22일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기대와는 좀 어긋났다"며 "입장의 변화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불분명하고 여러 면에서 상황이 충돌되는 언급이 많았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위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총평하고 특히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강탈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그는 "사실상 강탈에 가깝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있고, 당시 김지태 회장의 재산 헌납은 최고회의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며 "최고회의 시절에 있었던 모든 일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최고회의 시절은 헌정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시기로 지금 기준으로 볼 때는 법치주의에 맞지 않다"며 "그 시절에 있었던 조치를 두고서 정당한 조치다, 이렇게 말하게 되면 그야말로 끝없는 논쟁을 또다시 야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또 "법원 판결에 대한 혼란이 지난 번에도 있지 않았느냐"며 인혁당 판결은 두 개라는 박 후보의 언급을 상기시킨 뒤 "새누리당에는 다른 정당과 달리 쟁쟁한 법률가 출신 당직자들이 많은데 이런 것이 유권자들, 외부에 어떻게 비칠지 저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이 위원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리하라고 박 후보에 촉구했던 것은 "본인한테는 좀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주식을 손절매하는 기분으로 이런 문제를 좀 훌훌 털어야 대선을 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으로 "자칫 잘못하게 되면 앞으로 가면 대선 정국이 사실상 야당한테 유리한 프레임 속에서 계속 진행되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선배 법조인으로부터 ´도대체 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이 위원은 "선거를 앞두고는 사실 유권자 특히 부동층을 끌어오기 위해 하기 싫은 말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거듭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위원

심재철 최고위원도 같은 시각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박 후보 본인도 기자회견 말미에 (강탈이 아니었다는 부분을) 다시 수정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것은 법원에서 내려진 판단을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어 "참모들이 박 후보에 왜 그런 조언을 하지 않았는지 저도 약간 갸웃거려진다"며 "참모들이 좀 더 그런 보좌를 잘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이날 퇴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데 대해서도 심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하신다고 하길래 그러면 최 이사장과 의견이 아마 조율이 된 모양이라고 추측을 했었는데 최 이사장이 그런 반응을 보여 지금 다소 의아스럽다"고 난감한 당내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박 후보가 최 이사장의 퇴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최 이사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선 "힘을 실어 준 것은 전혀 아니다, 나가달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도 최 이사장이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고 간접적으로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심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최 이사장의 사퇴 거부가 "어쩌면 ´페인트모션(가짜로 하는 척만 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대선 직전 전격적인 사퇴가 이뤄질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했다.

▲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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