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시스템 검증 도입해야”...이상돈 “비선조직에 의존하면 100% 실패”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닷새 만에 자진사퇴하면서 여권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30일 “시스템에 의한 검증을 통해서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박 당선인도 이제 신경을 쓰셔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쓴소리를 하는 것이 당내에서 자제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번 낙마 사태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큰 교훈이 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에서 ‘깜깜이 인사’, ‘나홀로 정치’라고 비판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놓고 정 최고위원은 “지난번 이명박 정부 인선 때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보다는 조용하면서도 알찬 모습으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고 특히 당선인 본인의 스타일도 요란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보안하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며 “대통령은 여러 정부 기관이라든지 여러 채널을 통해서 검증된 사람을 추천 받고 그중에서 본인의 인선 기준에 따라서 인물을 선택하는 시스템 검증이 필요하다”고 거듭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주문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인수위원장직 사퇴 여부와 관련해선 “당선인이 결정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본인이 많은 자괴심과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과연 그런 마음 상태로 인수위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사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정 최고위원은 “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대행하는 체제도 있을 수 있다, 지금 총리도 임명해야 되는데 새롭게 인수위원장부터 임명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해서 (박 당선인이) 참 고민이 깊어지실 거라 생각한다”고 진영 부위원장의 위원장 권한 대행 쪽에 방점을 찍었다.

▲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선조직에 의존해서 인사를 결정하면 그 대통령은 100% 실패한다”며 박 당선인의 경우도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런 부분이 상당히 드러났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인사 검증 뿐 아니라 작년 대선 중반에도 의사결정구조 같은 것에 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당선인 주위에 “‘NO’라는 말을 못하는지 아니면 그럴 기회도 없는지 또 제가 보기에 그런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과연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그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미국의 경우는 누가 비서실장이 되고 누가 국무, 법무, 재무 같은 주요 장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로 윤곽이 보인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택할 때 그것까지 감안해서 선택을 하고 대통령은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 외에 중요 인물들을 채워나가게 된다”며 “우리는 그런 것이 되지 못해서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예측 가능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예측에 의해 “결과적으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는 인사가 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보안을 강조하게 되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좋으면 다행이지만 결과가 나쁘게 되면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이런 문제가 드러난 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누가 봐도 현재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만일의 경우 취임식까지 인준이 다 못 끝나더라도 시간을 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 시간에 쫓겨서 그야말로 청문회에서도 더 큰 파문을 일으키거나 야당에서 납득이 안 가는 사람을 뽑게 되면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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