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 - 집제비

▲ ⓒ 사진제공 김봉겸
봄이 완연히 온 것을 느낄 수 있는 5월의 어느 늦은 봄 날
우연히 제비 한 마리를 발견했다.
집을 짓으려고 진흙과 지푸라기를 실어 나르기에 여념이 없는 작년에 봤던 제비다.
강남 갔다 다시 찾아온 제비를 반갑게 맞이했다.

녀석도 내가 반기는 줄 아는 지, 카메라를 보며 제법 포즈를 취한다.
잠시 후 다른 한 마리 제비가 다시 날아왔다.
둘은 뻔질나게 진흙을 실어 나르며 집을 짓기 시작한다.
아마 부부사이인 것 같아 보였다.
어? 작년에 봤던 부부가 아닌데...... 그 새 이혼하고 새장가 갔나!

▲ ⓒ 사진제공 김봉겸
나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나에게 두 마리 제비가 동시에 눈을 똥그랗게 쳐다보며 아니라고 날개 짓을 한다.
나는 그만, 미안해, 내가 잘 못 생각했어! 하며 머리를 흔들자 다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저렇게 한울 한울 지푸라기와 한줌 진흙을 물어다가 언제쯤 집이 완성될까?
답답하기만 하다.

흥부를 도운 강남 간 제비가 이제는 누구를 도울까? 궁금해졌다.
이동할 때나 번식기에는 홀로 또는 암수가 같이 살다가 번식기가 끝나면 가족이 함께 무리를 짓는다.
둥지 재료를 얻기 위해 땅에 내려앉는 것 외에는 거의 땅에 내리지 않는다.

▲ ⓒ 사진제공 김봉겸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고 땅위에 있는 먹이도 날면서 잡아먹는 날쌘돌이 제비가 날 때는 날개를 퍼덕이거나 기류를 타고 신속하고 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강남까지 단숨에 갔다 오는 것인지?

번식이 끝나는 6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평지 갈대밭이나 건물 또는 교량 틈새에 둥지를 튼다.
옛날에는 초가집 처마 밑에 많이 둥지를 틀었지만, 지금은 길거리로 쫒겨 났다.
사람의 인심이 사나와진 탓이다.

해가 질 무렵 갈대숲에 수천마리에서 수만 마리가 떼 지어 모여드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이 녀석들은 보통 1집에 1개의 둥지를 짓고 매년 같은 둥지를 고쳐서 사용하는 경제적인 녀석들이다.

현재 리모델링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이 녀석들에게 배운 탓이 아닌가?
▲ ⓒ 사진제공 김봉겸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