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 - 노랑실잠자리

▲ ⓒ 사진 김봉겸
노랑실잠자리 한 쌍이 연못가에 살포시 앉더니 열심히 사랑을 나누고 있다.
머리와 뒷머리가 녹색이고 얼굴이 노란색에다가 배는 6마디까지 노란색이고 7마디에서 9마디까지는 검은색을 띤 녀석들이다.
이들이 지금 산란하기 위해 둘이 합심해서 사랑의 작업 하고 있는 중이다.

잠자리목 실잠자리과에 속하는 노랑실잠자리는 사랑도 날아다니면서 하는 비행결혼을 하지만 산란할 때도 함께 합심해서 도와주며 결국 죽을 때도 같이 죽는 애틋한 부부애를 가진 곤충이다.

이들의 표정을 보니 재미있다.
마치 눈이 초점을 흐려진 채 사랑을 느끼는 표정이 보인다.

“저들도 사람처럼 사랑을 할 때 황홀감을 느끼는 것일까?”

▲ ⓒ 사진 김봉겸
얼마나 사랑을 나눴을까? 장소를 옮기더니 이내 연못가 연꽃잎 위에 내려 앉아 암컷의 마디 끝을 물속에 담근다.

“뭐하는 짓들일까?”
“사랑하다 말고 연못에 들어가는 것은?”

수컷은 암컷이 알을 낳고 있는 동안 꼬리의 부속기로 암컷의 몸을 붙잡고 몸을 꼿꼿이 세우며 산란 경호를 한다는데, 아마 그런 것이리라 지레 짐작하면서 한 발짝 다가갔다.

수컷은 사랑했던 자세를 풀어주지 않고, 그대로 함께 암컷의 산란하는 일을 도와주는 모습이다.
알은 월동을 보내고 유충은 평지의 저수지나 둑에 서식한다. 우화한지 20일이 지나야 성적으로 성숙되고 대개 4월~9월 계곡이나 연못의 습지에서 생활한다.

암컷은 열심히 수생식물의 조직 안에 산란관을 집어넣고 산란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수컷이 처음에는 열심히 균형을 잡도록 힘을 써 주더니만 이내 지쳤는지 날개에 힘이 없다.

그래도 처음에는 몸을 구부리며 힘쓰던 자세가 시간이 지날 수록 그냥 꼿꼿이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 사진 김봉겸
“가만, 눈동자도 마치 생을 포기 한 듯 매가리가 없네!”
암컷도 이제는 지쳤는지 잠시 쉬는 듯 온몸의 마디를 한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이제, 이들은 죽음을 의식한 것일까?”

노랑실잠자리는 산란이 끝나면 암수 모두 삶을 마감한다고 하는 데......
산란과정에서 수컷이 암컷을 도와주며 함께 생을 마감하는 부부일심동체를 행동으로 보여 주는 곤충이다.

부부일심동체라고 사람들은 말만 하면서 죽을 때는 혼자 더 오래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볼 때, 태어나기는 따로 태어나도 사랑다운 사랑을 하면서 같은 날 함께 죽는 애틋한 부부애를 사람들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
▲ ⓒ 사진 김봉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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